이한수 Books팀장

연말 송년회에서 동료는 고음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가 나의 전부일 거란 생각은 마.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 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러지지 않아 난 괜찮아~'(진주 '난 괜찮아'). 안 괜찮으니 저리 절규하는 것일 테지만, 괜찮다는 말 듣다보니 정말 괜찮아지는 것 같더군요.

소설가 한강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그의 아름다운 시 '괜찮아'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두 달 된 아이가 아픈 것도 아닌데 저녁마다 웁니다. 처음엔 '왜 그래, 왜 그래' 하며 달랬죠.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네요.

그러다 어느 날 내 태도를 바꿉니다. '괜찮아, 괜찮아'라고요. 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지만 아이가 울음을 멈췄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상처가 많기 때문일까요. 시인 서정주는 눈발 소리를 '괜찮다'는 말로 듣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수북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라기 새끼들도/ 깃들이어오는 소리//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2019년 마지막 주말입니다. 올해 어떠셨나요. 모든 일 뜻대로 이뤄지셨나요. 상처받고 화나는 일 많았지요. 하지만 '왜 그래' 한탄보다 '괜찮아'라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한때의 마취제라고요? 그럼 또 어떤가요. 삼백예순날 늘 날 세우며 살아야 하나요.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