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개정으로 내년 총선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수개표(手開票)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군소 정당이 50개가량 우후죽순 생겨남에 따라 투표용지가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전자개표기(투표용지 분류기)'로 개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20년 전인 2000년 총선 때의 수개표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코미디가 벌어질 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범여권이 본회의에 상정한 선거법 수정안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군소 정당들은 한 석이라도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현재 선관위에 등록한 군소 정당은 34개에 달하고, 창당 절차가 진행 중인 정당도 16개다. 총선이 다가오면 이 숫자는 100개 안팎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선관위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전자개표기(투표용지 분류기)로 소화할 수 있는 비례대표 정당 수는 24개다. 투표용지 길이가 기술적으로 최대 34.9㎝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미 등록 정당 수가 34개이므로 현 상태에서도 전자개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내년 3월 27일까지 실제 후보자를 낼 정당 수를 알 수 없는 데다 예산과 기술적 문제 등으로 전자개표기 개발이 쉽지 않다"고 했다. 선관위는 출마 정당 수가 전자개표기 분류 한계치를 넘을 경우 사람이 직접 개표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개표를 할 경우 시간 지연과 함께 공정성 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그래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계산이 복잡해 당선자와 의석수 확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수개표까지 되면 총선 다음 날에도 당선자와 정당 간 승패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거 불복 등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