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는 2020년도 제51회 동인문학상 후보작을 놓고 최근 첫 심사 독회를 열어 여성 작가 3인을 본심 후보로 뽑았다.

정소현(44) 소설집 '품위 있는 삶'(창비), 김금희(40) 소설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문학동네), 한유주(37) 소설집 '연대기'(문학과지성사)가 첫 관문을 통과해 요즘 '여성 소설의 전성시대'를 재확인했다. 심사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출간된 소설 단행본 중 여름에 출간된 소설만 먼저 검토해 우선 세 작품을 골랐고, 나머지는 신년 독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정소현 소설집은 죽음의 다양한 면모를 저마다 달리 다룬 단편 6편으로 꾸며졌다. 심사위원회는 "죽음을 통해 바라본 현실이 얼마나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지 묘사하는 서사가 독특하게 '현실의 환(幻)'을 강조했다"고 평했다. 한 심사위원은 "정소현 소설은 우선 재미있다"며 "유령도 화자(話者)로 끌어안는다든지, 사실과 진실 중 무엇이 진짜일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게 반복되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혔다"고 추천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증오와 질시, 공허와 허무를 재미있게 다루면서 한 문제를 머뭇거리지 않고 끝까지 추구하는 장점이 돋보였다"고 인정했다.

김금희 소설집은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을 바탕으로 삶의 희비극을 그린 단편 9편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이 드는 작가"라고 평했다. 한 심사위원은 "서사와 인물 관계, 분위기 세 가지 차원에서의 미끄러짐을 문학의 근거로 삼는다"며 "A와 B의 연애 이야기인 척하다가 나중에 C가 나타나 이야기가 미끄러지고, 관계의 미끄러짐도 보여주는데, 일부러 문장을 비틀어놓을 때도 있기 때문에 문체도 미끄러진다"고 분석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소설 구조가 단순하지 않고, 서사를 다듬고 뒤집는 기술이 상당히 무르익어 있다"며 감탄했다.

한유주 소설집은 언어를 실험적으로 탐구한 단편 8편을 담고 있다. 각 작품이 독립적이면서 부분적으로 서로 얽혀 있기도 하다. 심사위원회는 "언어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가능성에 대한 끝없는 절망과 모색을 보여줬다"며 실험 정신을 높이 샀다. 한 심사위원은 "글쓰기의 모색이 과장이나 엄살 없이 정직하게 드러나 있어 참 좋게 봤다"고 옹호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문장을 해체함으로써 '통사론(統辭論)'을 갖고 논다"며 "문장이 상실되면 그 틈을 분위기도, 줄거리도 없는 언어로 메우는 작업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