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걸스는 '인디계의 아이돌'로 통한다. 소녀 같은 외모, 통통 튀는 패션에 멤버 이름도 비핑, 양다양다, 유유 등 예명을 쓴다. "신비함을 유지하기 위해 나이도 철저히 비밀!" 하지만 음악만큼은 아이돌과 다르다. 밝고 신나는 펑크록에 현실을 반영한 '팩트 폭행'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것으로 이름났다. 작년 발표한 '좋아요를 눌러주세요'가 대표적.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하트를 부탁드려요/ 이게 얼마나 센스 있고 부지런해야 하는데/ 오늘도 핫한 장소를 골라/ 신상 필터 걸고 찰카악'이라며 온라인 '관심종자'들을 비웃었다. 피싱걸스가 최근 더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신곡 '응 니얼굴'로 돌아왔다.

'피싱걸스'의 비핑, 유유, 양다양다(왼쪽부터)가 발랄하고 신나는 리듬에 기성세대를 풍자한 곡 '응 니얼굴'로 돌아왔다.

지난 17일 서울 합정동 지하 합주실에서 만난 세 사람은 작은 농담에도 까르르 웃었다. '피싱걸스'라는 이름도 대중들을 낚아서 함께 놀자는 뜻으로 지었다. 멤버들 예명도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장난스럽고 발랄하다. 보컬 겸 기타를 맡고 있는 비핑은 손가락이 짧고 통통한 게 비엔나소시지를 닮았다고 해서 '비엔나 핑거→비핑'이 됐고, 드러머 유유는 열정이 넘치는 게 가수 유노윤호와 비슷해 본명과 함께 '유노유진'으로 불리다 앞글자를 따 '유유'로 지었다.

'응 니얼굴'도 셋이 장난을 치다 만들게 됐다. 이 곡을 작사·작곡한 비핑은 "멤버들이랑 '응 니얼굴'이라고 서로 놀리다가 멜로디가 떠올라 만들었다"며 "오지랖 넓게 간섭하는 분들에게 일침을 날리고 싶더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응 니얼굴'은 10~30대 사이에서 '내 걱정 말고 네 사정이나 신경 쓰라'는 뜻으로 쓰이는 유행어. 베이스를 맡은 양다양다는 "사실 꼰대에는 남녀노소가 없다"며 "젊은 꼰대들이 어느 땐 더 무섭다"고 했다.

가사가 재밌고 당돌하다. '정신 좀 차리고 좋은 사람 만나 시집 장가 가야지'란 훈계에 '너나 잘 살지 그래? 너나 신경 쓰지 그래?'라고 응수한다. '취업', '남자친구' 등 명절만 되면 듣기 싫은 단어들이 직설로 등장하는 대목에선 웃음이 빵 터진다. 여기에 아이돌 노래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중독적인 멜로디의 후렴구, 귀에 팍팍 꽂히는 보컬의 깔끔한 음색과 발음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덕분에 지난 12일 앨범이 공개되자마자 음원 차트 7위에 올랐고 음악 방송 섭외도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유유는 "저희 노래를 듣고 기분 나쁘실 수 있지만, 기분 나쁜 티를 내면 진정한 꼰대가 된다"며 "일단 들어보시면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 단번에 감별할 수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