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의 승부사' 이세돌(36)이 마지막 한 수를 놓고 바둑계를 떠났다. 21일 은퇴 기념 3번기를 마친 그는 "한판 잘 즐기고 간다. 돌아보니 모두가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별 회견이 끝날 무렵 어머니(박양례씨·71)가 깜짝 등장해 자랑스러운 막내아들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수십년째 살고 있는 박씨는 이날 배와 버스를 갈아타고 다른 자녀들을 앞장세워 대국장인 엘도라도리조트를 찾았다.

1995년 12세 4개월의 어린 나이에 입단한 이세돌은 지난달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 24년 4개월간 프로로 활동했다. 그가 딛는 한 발짝, 한 발짝이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10번기(상대 구리 9단), '알파고'를 상대한 인공지능 첫 본격 대국, 그리고 이번 치수고치기 시리즈까지 세계적 바둑 행사의 주인공은 언제나 이세돌이었다.

어머니의 깜짝 꽃다발에 환하게 웃는 ‘쎈돌’ - 이세돌(왼쪽)이 21일 은퇴 대국을 마친 뒤 어머니 박양례씨에게서 꽃다발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18번의 세계 제패를 포함해 총 50회 우승했다. 한국기원 집계에 따르면 대국료 및 상금으로 무려 98억원을 벌었다. 이 기간 동안 남긴 1324승 3무 577패의 전적 가운데엔 32연승도 포함돼 있다. 70%에 약간 못 미치는 승률이다. 연간 최우수기사(MVP)엔 8번 올랐다.

NHN이 개발한 국산 인공지능 '한돌'과 펼친 은퇴 기념 3번기는 이세돌의 1승 2패로 마무리됐다. 같은 1승 2패라도 내용적으로 최대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선(互先·맞바둑)으로 1패, 2점(덤 7집 반)으로는 1승 1패를 거뒀다.

2점을 놓고 겨룬 최종 3국은 181수 만에 흑으로 불계패했다. 3연전을 통해 기본금과 승리 수당을 합해 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선 "아직 정리가 덜 돼 밝히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세돌의 절친이자 경쟁자였던 중국 구리 9단은 "이세돌은 내게 있어 등댓불 같은 존재였다"며 동갑 라이벌의 은퇴에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