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와대 선거 공작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 수색했다. 작년 울산시장 선거 당시 한국당 김기현 후보의 공약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기재부의 개입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김 후보와 민주당 송철호 후보는 선거 때 각각 산업재해 모(母)병원과 공공병원 건립 공약을 내걸고 경쟁했다. 그런데 선거일을 불과 보름 앞두고 나온 산재 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정부가 불합격 판정을 내리면서 김 후보는 공약을 취소해야 했다. 김 후보는 선거에서 떨어지고 송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송 후보 공약인 공공병원은 올 1월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달 KDI의 사업 적정성 검토까지 완료됐다. 정부가 야당 후보 공약은 예타 탈락, 여당 후보 공약은 예타 면제라는 상반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이 압수한 송철호 시장 측근의 2017년 10월 업무 일지에는 '출마 시 공공병원(공약), 산재 모병원→좌초되면 좋음'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선거 8개월 전부터 야당 후보 공약 훼방 계획이 서 있었다는 뜻이다. 며칠 뒤 일지에는 '송 시장 BH 방문 결과'라며 청와대 관계자와 공공병원과 산재 모병원 문제를 논의한 내용이 나온다. 'VIP 면담 자료-원전해체센터, 외곽순환도로'라는 메모에 나오는 외곽순환도로(사업비 1조원) 역시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청와대가 야 후보 공약은 훼방 놓고 송 시장 공약은 묻지 마 식으로 채택했다.

청와대가 야당 울산시장 후보 첩보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받는 날 그 사무실을 덮쳐 압수 수색을 벌였다. 청와대 비서실장·정무수석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에게 공직을 제안하며 '후보 매수'를 시도했다. 그에 더해 야당 공약은 무산시키고 여당 공약은 수천억 국민 세금까지 퍼부어 밀어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청와대 선거 공작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올 초 정부가 선정한 24조원대 예타 면제 사업 대부분도 여당 지자체장들의 선거 공약이었다. 세금 퍼붓기 선거 공작은 울산뿐이었나.

이 와중에 민주당은 청와대의 선거 공작은 놔두고 야당 후보 첩보를 수사할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특검은 검찰이 선거 공작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을 때 야당이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여당이 특검을 추진한다고 한다. 수사 대상도 선거 공작 책임자가 아니라 그 피해자인 야당 후보라니 정말 제정신인가. 이성 잃은 권력의 난장(亂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