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하명수사로 김기현 압박, 공직거래로 임동호 배제 의혹
공직 거래로 당내경선 출마의지 꺾으면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적 중립 어긴 공무원의 선거 관여 10년 지나도 처벌
법조계 "당사자 주장 의미 없어, 검찰이 증거로 밝혀낼 일"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후보 매수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경찰 하명수사로 야당 경쟁후보 측근을 압박하고, 선거 승리를 위한 공약 마련부터 당내경선 경쟁자 배제를 위한 공직 거래까지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인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 작년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은 작년 12월 13일 이후로는 처벌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의혹을 받는 관련자들이 대부분 공무원이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직자가 직무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으면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돼 대통령이 두 번 바뀌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19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울산지검으로 들어가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직 미끼로 당내경선 후보 회유시 형사처벌, 공무원 공소시효는 10년
자유한국당은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작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이 단독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당시 송 시장의 당내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 조건으로 공직 제안을 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서다.

공직선거법은 당내경선 후보자의 거취에 변동을 줄 목적으로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하거나 이에 대한 의사 표시, 약속을 주고받은 경우 쌍방 모두 처벌한다. 이같은 행위를 지시·권유하거나 요구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직 거래' 당사자들에 대한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이를 뒤에서 조장한 배후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징역으로 더 무겁게 처벌된다.

특히 2013년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관여를 엄벌하는 내용으로 이듬해 2월 대폭 강화됐다. 공무원의 지위·직무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원래도 금지 대상이었지만,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는 이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형, 중립의무 위반에 따른 선거관여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시 다른 선거사범과 달리 공소시효를 10년으로 하는 조항도 이때 신설됐다.

◇임동호 "경선포기 전제 자리 제안 없었다"vs.법조계 "객관적 증거로 확인할 일"
임 전 위원을 두고 경선 포기 조건으로 일본 오사카·고베 총영사, 울산항만공사 사장, 한국동서발전 사장 등의 직책 제안이 오갔다는 의혹이 불거져 있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여권의 핵심 인물들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 한병도 전 수석, 김경수 지사 등이 논의 상대방으로 지목됐다..

김경수(왼쪽 다섯번째부터) 경남지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병도(왼쪽 여덟번째부터)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이와 관련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임 전 위원은 "청와대가 울산시장 경선 포기를 전제로 자리를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사석(私席)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간 적은 있지만 심각하게 듣지 않았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 거래의 경우 제안자와 수락자 모두 처벌되는데다, 임 전 위원은 민주당 공천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한 전직 검사장은 "사실대로 진술하면 자신도 처벌받을텐데 목적(총선 출마)을 앞두고 피차 불리한 이야기를 할 리가 있겠느냐"면서 "어차피 자백하는 선거사범은 드물다. 판례도 불법선거운동 여부는 행위자 내면의 의사가 아닌 외부에 드러난 객관적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검찰이 증거로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수사 성패가 달려 있다"고 했다.

특히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송철호 캠프에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작성한 업무일지에는 '당내 경선을 치를 경우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전 시장도 송 시장 경쟁자 배제 정황과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이상하다고 느꼈다"면서 "광역단체장 후보는 경선이 원칙이고 민주당이 지역 기반도 없던 시절부터 열심히 역할을 하고 울산시당위원장,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지낸 임동호 같은 분이 경선조차 치르지 못하고 배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도)무슨 자리를 줄테니 출마하지 말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소문이 떠돌았는데 그게 다 사실로 드러났고, 특히 청와대가 조율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靑, 정부 움직여 송철호 선거 공약 수립·이행도 도왔나
한편 이날 검찰은 송 시장의 공약 수립·이행 관련 정부 차원의 부당한 지원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을 압수 수색했다. 울산 지역 공공병원 건립 관련 정부의 정책 결정 내용이 송 시장의 공약 마련이나 선거 결과에 활용될 수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일지에는 이른바 ‘BH(청와대) 회의’ 등 2017년 하반기부터 송 시장 캠프와 청와대가 공공병원 공약 관련 논의를 주고받은 단서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일지에는 2017년 10월 산재 모병원 추진을 보류하고 공공병원을 검토 필요성을 논의한 내용, 2018년 3월에는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과 공공병원 사업비를 논의한 내용 등이 담겼다고 한다.

앞서 한국당은 이와 관련 지난 10일 송 시장, 송 부시장,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이 작년 1월 회동하며 공공병원 건립 공약을 함께 논의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