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불법 사외이사 겸직, 임금 체불 논란 불거져 장관 지명 32일만에 자진사퇴
의혹 해명 과정서 거짓말 논란도

2017년 6월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대엽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차관급)에 조대엽(59)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을 임명했다. 조 신임 위원장은 현 정부 조각(組閣) 때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명됐다가 각종 논란에 휘말려 낙마한 인물이다. 장관 낙마자를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대통령 자문기구 장(長) 자리에 기용한 것이다. 공직 부적격자 논란이 불거진 인물에 대한 보은(報恩)인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다.

조 신임 위원장은 2017년 현 정부 첫 조각 때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음주운전을 둘러싼 허위해명 의혹과 사외이사를 맡았던 한국여론방송의 임금체불 논란 등으로 지명 32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17년 6월 11일 장관 지명 발표 때부터 음주운전 사실을 '셀프 고백'했다. 하지만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검증을 거치면서 음주운전 경력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해명에서 거짓말 의혹이 제기됐다. 또 자신이 사외이사로 경영에 관여한 회사가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을 여러 차례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 관련 법률을 위반한 사람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맡을 수 있느냐는 적격성 시비가 불거졌고 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특히 조 위원장은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시비에도 휘말렸다. 조 위원장은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서도 고려대 교수 감금 사건으로 출교조치를 당한 학생들과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학생들이 조 후보자와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고려대 교수 재직 시절 한국여론방송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주식을 보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사외이사 등재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사외이사등기·증자·특허출원 등 일련의 회사 업무 과정에서 조 후보자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이 여러 차례 제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당시 문 대통령 지지그룹과 정의당 '데스노트(낙마 명단)'에도 올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유인태 현 국회 사무총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조 위원장에 대해 "문재인 민정수석 시절이었다면 잘렸을 사람"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회에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임명 강행 움직임을 보였지만 조 위원장 본인이 자진 사퇴하면서 일단락됐다. 이처럼 도덕성 논란이 인 인사를 주요 공직에 임명한 데 대해 야당에서는 "전형적인 묻지마 보은 인사이자 오기 인사"라고 했다. 조 위원장은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담쟁이포럼'에서 활동했다. 2017년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부소장을 맡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조 위원장은 노동복지·사회운동·공공성 분야 연구에 매진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사회학자"라며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경제모델을 추구하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의장으로도 활동하는 등 폭넓은 정책적 시야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정책기획위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