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학 혁신 추진 방안' 발표…5개 분야 26개 과제
사학 비리 척결 취지…일각선 '사학 손보기' 지적도
사학들 "헌법에 보장된 사학 자율성 침해" 철회 요구
관련 법 개정 놓고 국회서 여야 갈등 가능성
교육부가 18일 사학법인 설립자의 친·인척 등은 개방이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비리 임원'을 학교에서 퇴출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 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회계·채용 등 사학 비리에 대한 집중 관리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족벌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사학재단의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사학을 '적폐'로 규정해온 현 정부가 ‘본격적인 사학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학들은 즉각 "헌법에 보장된 사학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사학 경영에 설립자 '입김' 차단·'비리 임원' 퇴출…법 개정 과정서 여야 갈등
교육부는 이날 방안은 5개 분야 26개 추진과제로 구성된 '교육 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사학의 책무성 강화를 위해 현행법상 이사 정수의 4분의 1로 채우게 돼 있는 ‘개방이사’ 자격에서 설립자(이사장) 및 설립자의 친족 등을 제외하기로 했다. 설립자와 이해 관계에 있는 인사들의 사학 운영 개입을 차단하고 외부인을 통해 법인·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또한 학교법인 임원 간 친족 관계를 공개하고, 임원·설립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수도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무원·교원처럼 비리를 저지른 임원을 즉각 퇴출할 수 있도록 ‘당연퇴임’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사학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업무추진비 대상을 현행 대학총장에서 이사장 및 상임이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1000만원 이상의 배임·횡령을 저지른 법인 임원은 임명을 취소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현재도 비리 정도가 중대하면 시정요구 없이 임원 취임의 승인을 취소할 수 있지만 ‘중대한 경우’의 기준이 없어 비리 임원이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교육부는 또 사립대학 등이 법인 적립금을 학교 교육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 기금운용심의회에 교직원과 학생 참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사립대학들이 적립금을 쌓기만 하고 학생 복지 및 교육여건 개선에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회계부정이 발생한 대학은 교육부가 외부의 회계 감사기관을 직접 지정한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일부 사학의 비리일지라도 우리 교육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고, 비리 유형이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경우가 많아 제도 개선이 필요했다"면서 "사학 관계자도 사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게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후속조치에 들어간다. 시행령 등 행정 입법 과제를 우선 추진하고, 법령 개정 과제는 국회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조속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학 혁신 방안'의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관련 법 개정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학들 "사학 무력화 조치…'과잉 입법' 위헌 소지" 반발
사학과 대학 측은 "헌법이 명시한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사학법인협의회)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학 운영의 자율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사학 운영자들에게 깊은 자괴감을 갖게 한다"고 했다.
사학법인협의회는 임원 간 친족관계 공시, 설립자·친족 등의 개방이사 선임 대상 제외, 결격사유 발생 임원 당연퇴임 등에 대해 "학교 법인의 자율적 이사 선임권 침해는 물론 이사회 구성과 운영에 있어 헌법이 정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 없이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사학 무력화' 조치"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비리 임원 퇴출 방안에 대해선 "현행 법률 내에서도 비리에 대해 일벌백계의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며 "강화된 규제입법 위주의 방안을 내세우는 것은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과잉입법으로 위헌소지를 안고 있다"고 했다.
사학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학법인협의회는 "협의 절차도 없이 혁신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 절차에 따른 행정 행위"라며 "교육부의 잦은 교육정책 변경으로 인해 추락한 교육 신뢰를 사학의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 회복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대학들은 교육부 방안에 반발하면서도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사학의 자율성 침해 등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면서 "대부분의 내용이 국회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사립대 법인사무처 관계자는 "국·공립대도 아닌데 주요 보직이 아닌 일반 직원채용까지 간섭하는 것은 사립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설립자 친족의 개방이사 선임을 금지한 것에 대해선 "개방이사나 이사나 똑같은 이사인데, 개방이사를 못하게 하면 일반이사를 선임하면 된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