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헌고등학교가 교사들의 정치 편향 교육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 제기한 학생은 물론 그 부모까지 징계했다. 제보 영상에 등장한 학생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지만, 영상에서 해당 학생들은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였다.

16일 인헌고 학생들에 따르면, 인헌고는 최근 이 학교 3학년 최인호(18)군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 15시간 사회봉사 조치를 내렸다. 또 최군과 부모에 대해 5시간씩 이른바 '학교 폭력 상담센터 특별교육'을 받으라고 학교 측은 지시했다.

이번 학폭위는 최군이 지난 10월 정치 편향 교육의 증거로 인터넷에 올린 교내 행사 영상에 찍힌 학생 2명이 최군을 신고하면서 지난 10일 개최됐다. 영상은 인헌고 학내 마라톤 행사 당시 교사들의 요구로 반일 구호를 외치던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다. 최군은 영상 속 학생과 교사의 얼굴을 모두 모자이크 처리한 뒤, 해당 영상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리면서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시작했었다. 최군은 이후 학생 2명의 명예훼손 신고에 대해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는데 어떻게 명예훼손이냐"고 반발해왔다.

이날 학폭위는 학교 교무부장과 학부모 3명, 경찰관 1명 등 총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결과는 13일 당사자에게 통보됐다. 학폭위는 최군에게 제보 영상에 등장한 여학생들에게 서면으로 사과할 것도 지시했다.

인헌고 학폭위는 최군을 징계한 이유에 대해 "최군이 해당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기를 꺼리는 개인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다"며 "영상 공개 거부 의사를 밝힌 개인의 요청을 거절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정신적 피해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최군은 본지 통화에서 "학생인 제가 학교의 정치 편향 문제를 용기 내 공익 제보했는데, 어른들인 학교 관계자분들께서 오히려 저를 학교 폭력 가해자로 낙인찍고, 부모님에게까지 책임을 물어 큰 상처를 받았다"며 "학생들에게 정치적 이념을 강요한 선생님들을 학교 폭력으로 학교 측에 신고한 것이 있는데, 이를 처벌하지 않기 위해 미리 저를 가해자로 만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폭위에 앞서 최군 측 변호인인 장달영 변호사와 최군의 부모는 "해당 학폭위 신고 사안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학교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 변호사는 "학교 측이 최군의 후배인 1~2학년 학생들이 학교의 정치 편향 교육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게 무리한 처벌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군과 부모는 학폭위 결정에 반발, 행정소송을 내는 동시에 학폭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내겠다는 입장이다. 최군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학교의 처분에 대해 "공익 제보에 대한 '입 틀어막기식' 처벌과 탄압"이라며 18일 오후 인헌고 정문 앞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본지는 이에 대한 학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교장과 교감에게 전화했으나,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