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각) 안사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 산조반니광장에서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와 그의 동맹당에 반대하는 10만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은 '반파시즘'을 상징하는 노래를 부르며 인종차별, 기후변화, 마피아, 빈곤 문제 등을 제기했다.
특이한 것은 상당수 집회 참석자가 각양각색의 정어리를 그린 그림과 포스터 등을 손에 들고 있었던 점이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최근 벨기에 브뤼셀과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보르도 등에서도 정어리 그림이나 상징물을 들고 집회를 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어리 집회'라는 말까지 생겼다.
정어리 집회는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몸집이 큰 포식자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반(反)이민 등 극우주의에 저항하자는 풀뿌리 시민운동이다. 지난달 중순 이탈리아 중부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주도 볼로냐에서 처음 시작됐다. 내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살비니의 동맹당과 우호 정당들이 약 5700명이 들어가는 체육관에서 지지 집회를 갖기로 하자 마티아 산토리와 친구들이 인근 광장에서 대응 집회를 갖기로 하고 소셜미디어로 알린 것이 시초다.
길이가 15㎝ 정도인 정어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물고기 종류다. 다른 어류는 물론 고래나 물개 같은 해양 포유류, 펠리컨, 펭귄 등 조류의 먹잇감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리를 이룬 정어리 떼는 조밀하게 뭉쳐 몸집을 키우고, 지느러미를 움직여 진동을 만들어내면서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기도 한다. 산토리와 친구들은 흩어져 있을 땐 공격에 속수무책인 정어리가 무리를 지어 큰 적을 물리치는 것처럼 극우주의에 대항해 힘을 모으자며 소셜미디어에서 호소했고, 시민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정어리는 집회의 상징이 됐다.
당시 첫 집회에는 목표로 했던 6000명보다 많은 1만5000명이 몰렸고, 마치 정어리 떼처럼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집회 현장 사진이 퍼지면서 반극우주의 집회는 피렌체, 밀라노, 토리노 등 전국으로 확산한 끝에 이날 로마에서 최대 인파를 모았다. 집회 창시자인 산토리는 이날 "우리의 목표는 광장을 꽉 채우는 것이었고, 우리는 달성했다"고 말했다.
정어리 집회는 현재 지지율 1위인 최대 야당 동맹당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월 조사에 따르면 정어리 집회가 살비니에게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답변이 40%에 달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