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학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정원(定員) 절반에 못 미치는 교수진으로 형법(刑法) 강좌를 운영하게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친여(親與) 교수들이 정원을 한 자리씩 차지하면서도 수업을 열지 않고 있어서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로스쿨의 형법 담당 교수는 현재 5명. 정원을 모두 채우고 있다. 하지만 내년 1학기 수업에 나서는 교수는 2명뿐이다. 기본 과목 위주로 총 네 과목 수업밖에 열리지 않는다. 그나마 각 강의도 과목별 수강생 100명 이상 대형 강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이번 학기 형법 강의 수강생의 배(倍)다.

원인은 퇴임 교수 인력 충원 실패와 일부 교수의 강의 미(未)개설이다. 이용식 교수는 내년 초 정년 퇴임한다. 그 자리를 채우려고 서울대 로스쿨은 최근 채용 절차를 진행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해 일단 내년 1학기엔 한 자리를 비운 채 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에 참여연대 출신 한인섭 교수는 작년부터 형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어 내년에도 휴직이다. 조국 교수는 일반대학원 수업 한 과목만 맡겠다는 계획을 지난 9일 학교 측에 통보했다. 로스쿨 강의 계획은 통보하지 않았다.

재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1학년 A씨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수업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초대형 강의를 들어야 한다"며 "기본 과목 위주로 열고 심화 과목은 열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강좌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1학년 B씨는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교수가 학기 중에 기소·구속돼서 수업이 폐강되면 수강생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며 "조 교수가 애초 수업을 열지 않은 게 차라리 학생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조 교수가 복직하던 지난 10월부터 "외부 활동에만 관심을 보이고, 정작 강의에 소홀한 교수는 내보내고 새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서울대 관계자는 "명백하게 연구부정행위를 했거나 관계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면 교수를 내보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