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사진〉 대전경찰청장이 울산경찰청장이었던 2017년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했던 예산 관련 민원이 실제 이뤄진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당시 야당 소속의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던 황 청장이 여권 고위 관계자에게 예산 확충을 요구했고, 이것이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로 인해 '김기현 수사'가 현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 결과, 황 청장은 2017년 10월 울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 류모씨에게 연락해 "김 장관에게 전달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김 전 장관이 같은 달 13일 울산 방문이 예정돼 있어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류씨에게 부탁한 것이다. 민원의 내용은 '울산경찰청의 총경 자리 2개를 늘려 달라' '청사 별관 수사동 신축 예산 30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8년에 신축 예산 35억원이 실제로 배정됐다. 올해는 조정을 거쳐 공사비가 4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준공한다. 다만 총경 자리를 늘려 달라는 황 청장의 민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경찰청장이 경찰을 관할하는 행안부 장관에게 예산·인사 민원을 하는 건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가 민원을 한 시기와 방법이다. 그는 야당 김기현 시장 수사를 하던 시기에, 유력한 여당 시장 후보(송철호 현 시장)의 측근인 류모씨를 통하는 방법으로 여권에 민원을 넣었다. 정부가 민원을 들어준 대가로 경찰이 '김기현 수사'를 현 여권에 유리하게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본지에 "류씨뿐만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업무적 도움을 요청하는 건 울산경찰청장의 당연한 책무"라고 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 전 시장 관련 사건을 지휘했던 A 총경을 소환 조사했다. A 총경은 김 전 시장 수사가 한창이던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울산청 수사과장으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이던 B 행정관이 울산에 내려가 만난 인물로 지목됐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에 관여한 당시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도 불러 청와대와 울산경찰의 선거 개입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