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1일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날 소집했던 임시국회 본회의를 취소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당에 생각할 말미를 더 주기 위해 본회의를 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에 대해 범여 군소 정당들과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을 놓고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과 내부 조율이 안 됐다"고 했다.
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은 이날도 '4+1 협의체'를 열어 세부 내용에 대한 조율을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선거법 등에 대한 이견을 완전히 정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13일에나 본회의를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나흘짜리 임시국회'가 시작된 이날 오전 "선거법과 검찰 개혁 법안을 차근차근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본회의 연기 방침을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선거법 등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없으니 서로 소강상태"라고 했다. 예산안 처리를 강행한 직후라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범여 정당들과 '선거법 수정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본회의 취소의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4+1 협의체'는 지역구 의석수를 250석으로, 비례대표를 50석으로 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데는 잠정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례 50명 중 25명은 연동형 비례로, 25명은 정당 득표 비율로 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 등은 "그러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효과가 거의 없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당 득표율이 3% 미만인 정당에는 비례대표를 배분하지 않는다는 '봉쇄 조항'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민주당은 이 비율을 5%로 상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군소 정당의 난립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의당과 평화당 등은 "소수 정당 보호를 위해 3% 기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구 선거에서 아쉽게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돌리는 '석패율제'를 두고도 이견이 적잖다. 민주당은 '권역별 석패율제'를, 정의당은 '전국 단위 석패율제'를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각 당 사정에 따라 요구 사항이 제각각"이라며 "정리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공수처법에 대해선 입장 차를 거의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회의에선 청와대가 공수처 수사 상황을 보고받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법안에 넣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놓고 실무 협상이 진행됐다.
민주당은 13일 본회의를 개최,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괄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끝내 결렬될 경우 16~17일쯤 또다시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법부터 표결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리는 대로 선거법과 검찰 개혁 법안 등을 일괄 상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검찰 간부들이 우리 당 의원들한테까지 와서 (검찰) 개혁 법안에 대해 부정적 얘기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며 "조금이라도 더 그런 활동을 한다면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검찰을 압박하는 동시에 공수처법 등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국당은 "결사항전의 각오로 맞서 싸우겠다"고 맞섰다. 본회의가 열리면 수정 법안 무더기 제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으로 법안 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대응이 '시간 지연'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법 처리를 막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여당과 협상해 실익을 챙기자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