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은 지금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 열기로 뜨겁다. 미국 최고 프로 선수 12명, 미국·유럽을 제외한 국가 출신 프로 골퍼 12명이 나흘간 각각 팀을 이뤄 맞붙는다. 단연 화제의 중심은 미국팀 단장 겸 선수로 나서는 타이거 우즈(44)다.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9일 저녁(현지 시각)에는 우즈를 포함한 양팀 선수들이 야라강변에서 강물에 띄워놓은 인공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샷 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호주의 유명 인사들, 주니어 골퍼들과 장애인 골프 선수들도 참가했다. 호주 절단 장애인 오픈에서 통산 9회 우승했으며 장애인 골프 세계 랭킹 12위에 올라 있는 셰인 루크(47)도 공 앞에 섰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오른쪽 의족을 벗더니 옆에서 지켜보던 우즈에게 건넸다. "잠시 내 다리를 들고 있어줄 수 있나요?"

9일(현지 시각) 호주 멜버른 야라 강변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이벤트 경기에서 장애인 골퍼 셰인 루크(왼쪽)가 강물에 떠 있는 인공 그린을 향해 샷을 하고 있다. 그는 샷을 하기 전 오른쪽 의족을 벗어 타이거 우즈(오른쪽)에게 맡겼다. 우즈가 의족에 자연스럽게 기댄 채 루크가 샷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이죠, 문제없어요." 우즈는 마치 흔한 물건인 듯 아무렇지 않게 의족을 받아 들었다. 의족을 땅에 세워놓고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기도 했다. 한 다리로 선 루크는 첫 번째 샷을 바로 그린에 올렸다. 그 뒤 차례가 왔을 때 정작 우즈는 샷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루크가 의족을 벗고 샷을 한 이유는 그가 뼈암으로 오른쪽 무릎 위를 절단한 15세 때부터 줄곧 그렇게 골프를 해왔기 때문이다. 축구, 럭비, 테니스, 크리켓까지 못하는 운동이 없던 어린 시절 그의 꿈은 오직 운동선수였다. 축구장에서 쓰러져 암 진단을 받고 다리를 절단했을 때 그는 "인생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퇴원해 집에 머물던 어느 날 그는 아버지에게 "뭔가 해보고 싶은데, 내가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물었다. "골프장에 가볼래?" "지금 농담하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공을 쳐요?"라고 따져 묻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대답했다. "나도 몰라. 일단 해보자."

골프장에 도착해 아버지는 아들이 짚고 있던 목발을 치우고 손에 골프채를 쥐여줬다. 목발을 짚고는 골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골프채를 휘두른 순간 공이 공중으로 높이 떠올라 페어웨이에 내려앉았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꼬리가 귀에 걸렸죠.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순간이었어요. 아버지는 내게 가르쳐준 거죠. 일단 도전해보면 상상도 못 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요."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17년간 일하다가 재활 의료 기업으로 옮겨 10년 넘게 근무했다. 한 다리로 샷하는 골프 선수로도 맹활약해 한때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다. 그는 "우즈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사실 우즈가 '난 의족을 만지기 싫어'라고 반응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오히려 내게 '정말 대단하다'고 말해줬어요.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추억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