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지난달 말 구속되기 전까지 "감찰 무마 구명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구속된 이후 태도가 다소 달라졌다고 한다. 그가 금융위 국장이던 2017년 말 청와대 감찰을 받게 되자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위 국장직을 유지하게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과 김 지사 등 3명의 통화 내역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근 김 지사 등 3명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들이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을 받고 조국 전 법무장관(당시 민정수석)이나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감찰 관련 연락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 등 3명의 검찰 진술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도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검찰에 밝히고 왔다"고 했었다.

김 지사 등 3명은 유 전 부시장과 청와대 등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청와대에 파견돼 근무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과 대통령 일정·의전 등을 담당하는 제1 부속실의 행정관으로 일했다. 제1 부속실 소속으로 노 전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수행 비서도 했다. 김 지사와는 이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김 지사는 2003년부터 5년간 청와대 제1 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했었다. 윤 실장도 노무현 청와대에서 기획조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정무기획 비서관으로 일했다. 또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근무 당시 금융 관련 기관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 소속의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천 행정관을 알게 됐다고 한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이들에게 구명(救命) 활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이런 인연 외에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김 지사와 윤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정권 실세'로 꼽힌다. 이런 사람들이 단순히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을 받고 한 몸처럼 '감찰 무마' 시도에 나섰다고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김 지사 등 3명이 위험을 감수하며 이렇게 한 데에는 더 윗선의 입김이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유 전 부시장이 감찰 무마를 위해 다른 여권 인맥도 총동원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는 비위 의혹으로 작년 초 금융위에서 나간 뒤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 등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당 전문위원일 때는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언급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유재수 감찰과 관련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말할 정도였다.

검찰 수사는 점차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은 지난달 "백 전 비서관, 박 비서관 등과 함께한 '3인 회의'에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감찰 중단에 대한 자기 책임은 덜면서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되는 것은 막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김 지사 등 3명의 구명 활동 정황을 확보하면서 조 전 장관 입장에서 입을 다물 경우 이들의 청탁을 받고 감찰을 중단한 것이 된다. 직권남용의 공범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법조계에선 "가족 비리 사건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조 전 장관이 유재수 사건에 대해선 입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