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 과정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성신여대 교수가 결국 해임됐다.

성신여대는 최근 대학 교원징계위원회 결정에 따라 현대실용음악학과 A 교수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일러스트=정다운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은 전날 교내 구성원들이 이용하는 포털에 올린 담화문에서 "이 사건으로 상처를 받은 구성원들의 치유가 지체되게 된 점에 대해 총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이 사건으로 우리가 함께 겪었던 갈등, 혼란은 앞으로 학교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A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소속 학과 학부생 2명에게 성적인 언행과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일대일 개인 교습 중 여학생 얼굴과 등을 쓰다듬거나 깍지를 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너를 보니 전 여자 친구가 생각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등 발언도 했다.

A 교수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해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학교도 자체 조사를 벌여 관련 내용을 확인했지만, 학교 법인은 A 교수에게 '경고' 처분만 내리고 올해 재임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1학기 개설된 A 교수의 강의는 수강 신청 인원이 없어 결국 폐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A 교수가 다시 교편을 잡도록 허락한 학교 측 결정을 문제 삼으며 지난 6월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른 교수에게 돌아올 자리는 없다'고 항의했다. 또 A 교수의 재임용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8월 27일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A 교수에게 해임 처분을 결정했다. 또, A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고도 교수 신분을 유지하게 해준 학교 측에 기관 경고와 함께 성 비위 관련 규정을 정비하라고 통보했다.

A 교수의 해임 결정이 전해지자 학생들은 A 교수 재임용 등에 반대하며 교내에 붙였던 항의 스티커를 이날 오전 모두 떼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