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 마네, 개의 초상, 1876년경, 캔버스에 유채, 27×21cm, 개인 소장.

곱슬곱슬한 개털을 세차게 휘날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주인이 부르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숨을 할딱대며 멈칫한 이 개 이름은 ‘밥’이다. 혹시 그 이름을 모를세라 화가는 화면 상단에 빨간 물감으로 잘 보이게 써놨다. 밥은 빛나는 갈색 털이 풍성한 작은 견종이다. 보는 이에 따라, 그리폰이라는 사람도 있고, 테리어라는 사람도 있지만, 정작 견주에게 밥은 종과는 무관하게 세상에 단 한 마리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다. 오죽하면 ‘인상주의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1832~ 1883)가 그린 초상화가 다 있을까.

사실 마네가 그린 개 초상은 몇 점이 더 있다. 정작 마네는 애견인이 아니라 애묘인이었지만, 성격이 섬세한 그가 반려견을 애지중지하는 가까운 이들에게 그림을 그려 준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초상화가였던 마네는, 인물은 자세를 섬세하게 조정해서 수차례 앉혀 놓고 그렸지만, 개들은 화가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을 리 없다. 꽤 많은 스케치가 있는 걸 보면, 마네가 개들을 따라다니며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산발이 된 밥의 털만큼이나 붓을 놀린 마네의 손놀림도 거침없이 자유분방하고, 두껍게 바른 물감에 과감하게 덧칠한 흰색은 생동감 있는 개의 활달한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밥의 주인이자 이 그림의 주인은 당대 오페라계를 호령했던 유명 바리톤 장 밥티스트 포르였다. 포르는 열렬한 인상주의 지지자로 마네 작품만 67점을 소장하고 있었고, 그 유명한 ‘풀밭 위의 점심’을 최초로 사들인 이도 포르였다. 밥은 인상주의 그림 사이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살았을 것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