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들이 내년 예산안과 선거법 등을 자기들끼리 합의해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 처리하겠다고 했다. 국회 과반을 확보한 범여권의 선거제도 강제 변경 추진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대응하자 한국당을 제외한 채 선거법은 물론 예산안까지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513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은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거품으로 가득하다. 어느 때보다 국회의 견제와 심사가 필요한 매표 예산이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 심사를 위해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등의 절차를 두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범여권 군소 정당들과 무소속 의원들을 모아 이른바 '4+1 협의체'란 것을 만들어 이들에게 정부 예산안 심사를 맡겼다고 한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이들은 의석 몇 석을 더 얻겠다고 선거제를 바꾸는 데 야합한 정당들일 뿐이다. 이들이 무슨 권한으로 밀실에서 예산을 심사하나.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이란 비판이 나올 만하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의원 20인 이상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4+1 협의체'에는 제대로 된 교섭단체가 민주당뿐이다. 6석의 정의당에다 4석의 민주평화당, 창당도 안 한 호남 지역 의원들의 모임 대표가 들어가 있다. 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바른미래당은 원내대표가 "4+1은 사설 모임에 불과하다"며 반대하자 당 대표가 멋대로 다른 의원을 내보냈다고 한다. 제멋대로다. 이들이 108석 한국당을 배제한 채 나라 예산은 물론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규정하는 선거법, 공수처법을 자기들 마음대로 뜯어고치고 있다. 선거법은 호남 지역 의원들과 군소 정당 간의 이해를 절충하기 위해 여기저기 마구 손을 대다 보니 괴물 같은 모양이 돼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나흘짜리 임시국회를 잇달아 연다고 한다. 선거법 강제 변경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하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쪼개기' 국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여당의 법안 날치기 처리는 종종 있었지만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과 나라 곳간 예산을 두고 이렇게 무법 폭주한 경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