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에세이 출간… 9일 출마예정지서 '북 콘서트'
검찰 성토의 장 되나... 선거법·공무원법 위반 소지도
黃 "김기현 수사는 경찰의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였다
"조국·고래고기 사건 모두 검찰 수사권 남용의 결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황운하(57)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경찰청장)이 오는 9일 자전적 에세이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으로 대전시민대학에서 북 콘서트를 연다.

책은 38년 경찰 인생을 다뤘지만, 조국 사태를 비롯해 검·경 수사권 갈등 등 검찰에 대한 날선 비판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특히 울산 고래고기 사건과 최근 뜨거운 논란을 부른 김 전 울산시장 수사에 대한 당시 상황과 자신의 견해도 담았다.

황 청장은 지난달 18일 경찰 내부통신망에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정기인사에 맞춰 퇴직하려고 한다"는 글을 올린 뒤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총선 출마 의지가 확고하다. 고향인 대전에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뚜렷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이번 출판기념회는 검찰의 직권남용 수사와는 별개로,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부르고 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 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黃 "김기현 수사, 지방 토호 부패 겨냥한 경종이었다"
황 청장은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벌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에 대해 "지방 토호세력 부패를 겨냥한 경종이었다"고 자평했다. 책에서 그는 "검찰의 비협조와 수사 방해, 불기소 처분 등으로 굴절되고 왜곡됐지만 의미있고 올바른 수사였다고 자부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몇개월 전부터 진행된 광역단체장의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덮어버린다면 그것이 더 정치경찰의 행태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당일 시장 비서실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인데 대한 해명인 셈이다.

그러나 황 청장은 현재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내려보낸 첩보로 수사를 벌였고, 압수 수색 이전부터 청와대에 수사 계획과 진행상황 등을 수시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선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직접 울산까지 내려와 수사상황을 챙겼다는 의혹도 불거져 있다.

청와대 첩보의 제보자는 당시 여당 후보였던 송철호 현 울산시장 캠프 핵심 인사인 사실이 드러났고, 황 청장은 이 시기 송 시장과 2~3차례 직접 만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황 청장은 책에서 "경찰은 압수 수색 영장이 언제 발부될지 알 도리가 없었기에 정치 일정에 맞춰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라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경찰이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를 갖고 현직 시장 측근의 토착비리 의혹을 수사한 것이고, 또 하나는 검찰의 수사권 또는 기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해요미디어 제공

조국 사태와 고래고기 사건… "모두가 거대 검찰의 폐해"
황 청장은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해 3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첫째 국가형벌권 발동이 최소한에 그치지 못했고, 둘째 사건 경중에 맞지 않게 수사 강도를 조절하지 못했고, 셋째 특수부 검사 수십명을 투입하는 등 과거 유사한 사례와 형평성이 맞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직속상관을 무지막지하게 수사해 결국 내쫓아내는 검찰의 막강한 권력에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며 "두 달간 특수부 검사 수십명을 투입하고 압수수색만 70회를 했다는데, 조 전 장관이 무슨 범죄에 얼마나 개입한 건지 분명하지 않다"고 적었다.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 황 청장은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때도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의혹이 제기됐다고 해서 조국 장관 수사하듯이 가족과 친척을 탈탈 털었다면 무사할 수 있었을까"라고 했다.

검찰과 경찰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울산 고래고기 사건’을 두고는 "검찰 권력이 지나치게 거대한 탓에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이 사건은 2016년 4월 울산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유통업자에게 돌려줘 비화됐다. 황 청장은 "2년 가까이 진행된 고래고기 환부 사건 수사는 검찰의 비협조 속에 별 성과 없이 끝났다"며 "검사 관련 사건을 경찰이 수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특히 황 청장은 올 초 울산지검이 당시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입건한 것을 두고 "보복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검찰이 기소 전은 말할 것도 없고, 구속 전에도 피의사실을 공표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면서 "피의사실 공표로 문제삼겠다면 자신들부터 조사하는 게 마땅하다"고 썼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총선 출마 선언한 현직 공무원, 출판기념회 문제없나
"촛불혁명의 숭고한 뜻을 받들려고 한다. 가급적 정치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누군가는 정치를 담당해야 한다. 누군가는 의무감과 소명의식으로 국민이 원하는 좋은 정치를 구현해야 하는 것 아닌가"(황운하 저서 중에서)

오는 9일 열릴 황 청장의 북 콘서트는 지인과 소셜미디어(페이스북·네이버 밴드) 팔로워·회원들이 주로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政街)에선 사실상 ‘총선 출마 선언'이라고 보고 있다. 북 콘서트가 열리는 대전 중구는 황 청장의 고향이면서, 경찰서장을 지낸 곳으로 그가 출마할 유력한 지역이다.

그러나 황 청장은 최근 신청한 명예퇴직이 불허됐다. 경찰청은 그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퇴직을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 청장은 내년 총선 90일을 앞둔 1월 16일 이전 경찰을 그만두지 않으면 총선 출마도 못하게 될 형편이다. 이 때문에 그는 헌법소원과 의원면직 신청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비롯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중립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입후보 예정자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황 청장의 경우 퇴직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출마의 뜻을 내비친 공무원이 신분을 유지한 채 사람들을 모아 행사를 벌이는 자체가 법 위반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면서 "공무원은 특정 정당이나 단체를 지지하는 등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법 뿐 아니라 공무원법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했다.

출판기념회 내용에 따라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제승의 이정훈 변호사는 "정치인의 축사나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발언 등 선거운동 성격의 내용이 없다면 공무원 신분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 안될 수 있다"면서 "행사의 내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황 청장은 "오로지 책 얘기만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행사를 위해 누구한테 초대 문자하나 보낸 적이 없고, 정치인 초대나 초청장도 없고, 책 판매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