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는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사이에 있다. 천년고찰 통도사를 품은 곳으로 유명하다. '따뜻하고 조용한 남쪽 도시' 이미지가 강한 양산시가 반전을 꿈꾼다. 빙상, 스키, 컬링 등 역동적인 동계 스포츠의 새로운 요람이 되겠다며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것이다.
양산시는 국·시비 370억원을 들여 오는 2023년까지 연면적 7392㎡, 지상 2층의 공인 규격 시립빙상장을 명곡동 인근에 조성해 2024년 개장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시립빙상장은 동원과학기술대학교와 동면 법기터널 사이 부지에 들어선다. 주 경기장인 가로 30m, 세로 60m 아이스링크 1면과 가로 4.27m, 세로 42m 크기 컬링장 2면도 갖춘다. 관람석은 일반석 870석, VIP석 60석 등 모두 930석 규모다. 이곳에서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 등의 경기를 할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한 올림픽 빙상 경기 전 종목을 양산에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양산시가 이처럼 빙상장 건립을 추진하게 된 데는 지난해 겨울 처음 운영한 야외 썰매·스케이트장 성공의 영향이 컸다. 따뜻한 기후 탓에 겨울에도 눈 구경 하기 어려운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개월간의 짧은 운영 기간에도 방문객 수가 10만 명에 달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오는 23일부터 내년 2월까지 양산종합운동장과 명동 웅상야외스케이트장 2곳을 개장한다. 양산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동계 스포츠 시설까지 들이기로 한 것이다.
양산시는 빙상경기장을 평상시에는 시민들을 위한 체육시설로 운영하면서 겨울 스포츠 종목 대회를 활발히 개최하고, 국가대표팀의 전지훈련 장소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양산은 이미 동계 스포츠와 인연이 있다. 한반도 최남단 스키장 타이틀을 단 '에덴밸리 스키장'이 2007년 문을 열었다. 양산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5도로 1년에 눈이 오는 날이 채 닷새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천성산·천태산·신불산·금정산·원효산·토곡산 등 10여 곳의 산을 품은 산악지대여서 지역별로 기온 차가 크다. 에덴밸리 스키장은 해발 800m에 위치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평균기온이 영하 5도에 머물러 스키를 타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총연장 5.4㎞의 슬로프가 있고 시간당 1만1000여 명을 수송하는 최신식 고속 리프트도 있다. 연 6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영남권의 겨울 스포츠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 있는 2.04㎞ 길이의 루지 코스도 인기다. 얼음 얼린 트랙을 광속으로 질주하며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올림픽 루지 경기와 달리 남녀노소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레저 시설이라 가족 동반 손님들이 특히 즐겨 찾는다.
최단오 양산시 체육지원과장은 "기존의 스키장에 계획 중인 빙상 종합 경기장까지 갖추면 동남권 최대의 동계 스포츠 도시로 입지를 다져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산시가 추산한 연간 빙상장 수입 예상액은 10억9320만원이다. 지출 예상액 9억8792만원을 빼면 연간 1억528만원의 이익을 남긴다는 계산이다. 물론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일정 부분 적자도 감내해야겠지만, 해마다 30명의 고용 유발 효과와 3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9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산의 궁극적 목표는 국제적 위상을 가진 겨울 스포츠 도시가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 들렀다가 일본으로 향하는 중화권 관광객이 스키를 타거나 관광을 하러 양산으로 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런 기대는 커지고 있다. 부산의 관문 김해공항에서 차로 30분으로 닿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양산은 해외 스포츠팀의 전지 훈련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양산은 내년 도쿄올림픽 레슬링 종목의 전지훈련지로 선정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세계 60여곳의 선수단이 다녀가게 된다. 항공·육상 교통 모두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김일권 양산시장은 "빙상장 건립을 계기로 생활체육을 발전시키는 한편 전지훈련팀을 유치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도 활발히 펼칠 것"이라며 "교통·숙박·관광 시설도 확충해 도심 간 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