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미 사상 최대 규모로 짜놓은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본지가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 심사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여야 예결위원 50명이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집중되는 국토교통부 및 그 산하 기관 예산에 대해 낸 증액 요구는 1934건, 33조553억원에 달했다. 동일한 사업에 대해 예결위원 여럿이 증액 요구를 한 경우를 감안해 계산한 순(純)증액 요구액도 7조9472억원이나 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513조5000억원 규모의 '수퍼 예산안'에 대해 '재정 중독'이라며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했지만, 실제 예산 심사 과정에서는 여당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예산 불리기를 한 것이다.

예산안은 국회 17개 상임위원회의 예비 심사 과정에서 이미 10조원 이상 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토부 관련 예산을 정부 원안 대비 2조3192억원 늘리자는 의견을 냈었다. 그런데 이 예비 심사 결과를 전달받은 예결위는 한술 더 떠 국토부 관련 예산을 정부 원안 대비 8조원 가까이 늘리자고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가 50조3800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던 국토부 관련 예산은 58조33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증액 요구는 지역구에 생색내기 좋은 SOC 사업에 집중됐고,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안성~구리 고속도로 사업을 위한 토지 보상비를 3062억원 늘리자는 의견은 더불어민주당 강훈식·맹성규 의원과 한국당 이종배(예결위 간사)·김석기 의원 등 여야 의원 12명이 냈다. 한국당 김재원(예결위원장)·윤재옥 의원과 민주당 김현권·조승래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은 이천~문경 복선 전철에 들어가는 국비를 적게는 1500억원에서 많게는 2500억원 늘리자는 의견을 각각 냈다. 국토위는 호남고속철도 광주송정~목포 구간 건설 예산을 30억원 늘려달라는 의견을 달아 예결위로 보냈는데, 민주당 서삼석·송갑석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 대안신당 이용주 의원은 30억원이 아니라 1580억원을 늘리자고 했다.

한국당 송언석·김성원 의원은 예산안 전반에 대해서는 "선심성 사업을 위해 재정 지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우려된다"고 했지만, 신안산선 매화역사 건립에는 국비 5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했다. 송 의원은 포항~삼척 철도 건설 사업에 815억원을 증액하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