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사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5일 방한(訪韓)해 우리 정부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선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재차 언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2일 "추궈훙 중국 대사가 최근 한국 의원들 앞에서 '미국 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면 어떤 '후과(後果)'를 초래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박 발언한 것은 사실상 왕 부장 방한의 예고편 성격이 짙다"면서 "중국의 안보·통상 압박이 왕 부장 방한 이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을 논의하는 동시에 미·중 분쟁 사안인 중거리 미사일, 사드, 화웨이 문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중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중국 편에 서달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왕 부장에 앞서 방한한 류자이 산둥성 당서기도 2일 강 장관을 만나 사드 갈등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에 보다 협조적인 태도로 돌아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안 된다'며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측은 3일(현지 시각)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4차 회의에서 기존의 5배에 달하는 분담금 안을 계속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동맹국에 호르무즈 파병 요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에 우리 정부도 파병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달 중순 각의(국무회의)에서 호르무즈에 해상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적당히 눈치 보며 회색지대에만 있으려고 하지 말고 원칙을 정한 뒤 주변국들과 공동 대응해야 미·중 패권 다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