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5) 회장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캐나다에서 구금 중인 자신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47·사진)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 "딸은 이런 상황에 놓인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는 미·중 무역 전쟁의 협상카드가 됐다"고 말했다.

1일(현지 시각)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런 회장은 최근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캐나다 벤쿠버 자택에서 전자 발찌를 착용한 채 구금된 멍 부회장이 지난 1년간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낸 데 대해 칭찬 받을 만한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멍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1일 홍콩발 멕시코행 비행길에 올랐다가 경유지인 캐나다 밴쿠버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캐나다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는 멍 부회장에 대해 미국의 제재 대상국인 이란에 통신장비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 HSBC를 속였다는 혐의(사기) 등을 적용했다.

멍 부회장은 이후 위치 추적 기능이 있는 전자발찌를 차고 보석금 1000만 캐나다달러(약 88억 원)을 내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미국 사법당국은 캐나다 정부에 멍 부회장 신병을 자국으로 넘겨달라고 요청해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멍 부회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미국 정부가 합작해 공항에서 자신을 불법 체포했다며 캐나다 법원에 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런 회장은 CNN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을 ‘두 강대국(미국과 중국) 싸움에 끼어버린 작은 개미’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고난과 고행의 경험은 멍 부회장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멍 부회장은 그림을 그리거나 공부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멍 부회장의 친모와 남편이 멍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주기적으로 캐나다를 방문한다고 런 회장은 전했다.

런 회장은 딸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승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런 회장은 "(멍 부회장이 겪은) 고생은 사람의 투지와 성격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도 그가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더 큰 책임을 지우지는 않겠다고 했다. 런 회장은 "멍 부회장이 돌아오면 그가 내내 하던 일(CFO)을 계속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의 장녀다. 20대 초반이던 1993년 화웨이에 비서로 입사했다. 안내원, 타자수, 전시회 보조 같은 업무로 시작해 이후 재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2011년 CFO에 올랐다. 지난 3월 이사회 부의장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