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예술품 도난 사건’으로 기록될 드레스덴 박물관 절도 사건을 수사 중인 독일 경찰이 28일(현지 시각)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사람에게 50만 유로(약 6억50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과 현지 매체 DPA통신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범죄학자 20명을 투입했지만, 용의자를 전혀 특정하지 못해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현재까지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절도범은 4명이다. 성별조차 특정되지 않은 성인 2명은 창문을 부수고 직접 박물관에 침입, 도끼로 전시함을 깨 보석을 훔쳤다. 이후 박물관 밖에 대기하고 있던 공범 2명과 차를 타고 달아났다.
절도범이 노린 곳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석 컬렉션을 전시 중인 독일 드레스덴의 ‘그뤼네스 게뵐베(Grünes Gewölbe·둥근 천장이 있는 녹색 금고라는 의미)’ 박물관이다. 지난 25일 새벽 5시쯤, 절도범들은 갑자기 박물관 인근 배전 설비에서 불이 나 박물관 전력 공급이 끊긴 순간을 노려 박물관을 털었다.
내부 조명을 비롯해 경보장치도 울리지 않았다. 이때 검은 색상의 모자 달린 옷을 입은 2명이 1층 창문으로 박물관에 침입했고 도끼로 진열장을 내려쳐 보석 장식물세트 3개를 훔쳤다. 이후 박물관 밖에 대기하고 있던 공범 2명이 차를 몰고 와 함께 타고 달아났다.
일반적으로 이 곳을 관람하기 위해선 가방, 외투, 우산 등을 박물관 입구에 따로 보관한 뒤 여러 차례 철문과 엑스레이(X-ray)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도둑은 철조망조차 달리지 않은 1층 창문을 깨고 한번에 보석이 전시된 곳으로 진입했다.
절도범이 사용한 차로 추정되는 아우디 A6는 같은 날 오전 드레스덴 인근 시내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불에 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범행 단서를 찾기 위해 차량을 정밀 감식하고 있다.
절도범은 약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보물을 들고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공예품은 각각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와 루비 등 각양각색의 보석으로 이뤄졌다. 한 작품에 1200만 달러(141억원) 값을 하는 49캐럿 다이아몬드 공예품도 있었다.
그뤼네스 게뵐베는 작센 왕국의 선제후(황제 선거권을 가진 제후)이자 폴란드의 왕이었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가 1723년 만든 ‘보물의 방’이다. 작센의 중심 도시인 드레스덴을 바로크 예술 중심지로 이끈 그는 자신이 세계 각지에서 수집하고 선대부터 내려온 보물 등을 이곳에 보관했다. 초창기에 녹색으로 칠했던 기둥과 벽 때문에 ‘그뤼네스 게뵐베’란 이름이 붙여졌다. 입구를 포함한 10개의 방에는 현재 약 4000점의 보석·도자기·미술품 등이 채워져 있다.
독일 빌트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예술품 절도 사건"이라고 평했다. 경찰은 2017년 베를린 보데 박물관에서 금화 100㎏이 도난당한 사건과 이번 사건의 유사점이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베를린 경찰과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