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올해 북한이 12차례 미사일·방사포 도발을 감행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공식 성명 등을 통해 '유감'을 표명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28일 13번째 도발에는 합참 작전부장이 나서서 유감 성명을 내고 북한 발사체의 구체적인 정보도 선제적으로 공개했다.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군 관계자는 "지난 23일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해안포 포격 도발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며 "청와대와 군 수뇌부에서 북의 도발이 도를 넘었고, 방치하면 더 과감한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군은 이날 "김정은의 동선 관련 동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도발 현장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었다는 걸 정보 당국이 파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북이 무엇을 하는지 우리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장"이라고 했다.

군이 최근 불거진 '정보 실패' 지적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군은 북한이 지난 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에서 김정은 지시로 이뤄진 해안포 도발을 예상하지 못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면 정부의 안보 무능과 대북 저자세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군은 북한이 이번 도발로 초대형 방사포의 연발 사격 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 초대형 방사포 1차 도발 당시 17분 간격으로 2발을 발사했다가 2차 도발 때는 19분 간격으로 발사했다. 지난 10월 3차 발사 때는 3분 간격으로 2발을 발사했는데 이번엔 30초 연발 사격에 성공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북한이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는 스커드 계열 미사일뿐이었는데, 이제는 방사포로도 타격이 가능하도록 단거리 무기 체계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초대형 방사포 이동식 발사 차량은 4발을 탑재할 수 있게 설계돼 북한은 앞으로 4발을 30여초 이내 간격으로 연속 발사할 때까지 시험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시한 미·북 담판의 '연말 시한'까지 강도를 높여가며 군사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북한의 도발은 사실상의 폭격 훈련이었던 전투비행술 대회(16일 보도), 후방 교란용 AN-2기를 이용한 낙하산 침투 훈련(18일 〃), 서해 창린도 해안포 도발(23일)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였다. 폭격→후방 침투→국지 도발→'수도권 불바다'를 각각 시사한 이 무력 시위들은 모두 한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연말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한·미를 동시에 압박하는 목적이 크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김정은은 내년 초 정상회담이라도 약속받기 위해 워싱턴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북한이 트럼프에 대한 추수감사절 메시지로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북한 도발에 앞서 미국은 연이틀 고성능 정찰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투입해 관련 동향을 정밀 감시했다. 민간 항공 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지상 표적 600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조인트 스타즈(E-8C)와 미사일 발사 전후 발사되는 전자신호 포착이 가능한 EP-3E가 각각 28일 오전·오후에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전날에는 통신·신호 정보 수집 분석용 감청 정찰기인 리벳 조인트(RC-135V)가 수도권 일대에서 작전을 벌였다.

한편 이날 오전 서해 연평도에서는 10여발의 폭발음이 포착됐다. 군은 "북한군의 도발이나 훈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광산 개발에 따른 폭발음으로 보고 있다"고 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에 맞춰 해안포 도발을 감행한 이후 이 일대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