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대 의전원 양산캠퍼스에서 치러진 전국임상의학종합평가 수험자 명단에 조국 전 법무장관 딸 조민(점선 안)씨의 이름이 보인다.

28일 아침 경남 양산시 물금읍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1층 강의실에 회색 후드 티셔츠와 검정 트레이닝복 차림 학생이 들어와 다른 학생 122명과 오전 9시부터 임상의학종합평가 시험을 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28)씨였다. 조씨는 이날 '보건의약관계법규' '의학총론' '의학각론1·2' 세 과목 시험을 오후 3시 20분까지 치렀다. 1·2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조씨는 강의실을 빠져나오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조씨에게 다가가 기자 신분을 밝히고 심경을 묻자 "지금 시험을 치는 중"이라며 황급히 피했다. 조씨는 이날 오후 3시 20분 3교시 시험이 끝나자마자 승용차를 몰고 의전원을 빠져나갔다.

임상의학종합평가는 부산대 의전원 2~4학년생들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특히 3학년 때 치르는 임상의학종합평가에서는 일정 수준 점수(60점) 이상 획득하지 못하면 낙제 처리된다. 두 번 낙제되면 유급돼 졸업반인 4학년으로 진급이 불가능하다. 이 시험에서 조씨는 연거푸 낙제점을 받아 지난해 말 유급 처리됐다. 이날 시험은 조씨로서는 졸업반이 되기 위한 3수 도전인 셈이다.

조씨는 학칙에 따라 한 학기를 쉰 뒤 가을 학기 복학했다. 그러나 이날 부산대 의전원에서 만난 학생들은 그를 학기 내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씨가 복학한 때는 아버지 조국씨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던 시점이었다. 그 중심에 조민씨와 부산대 의전원도 있었다. 두 차례 낙제하고도 지도교수로부터 120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받은 사실, 외고와 고려대를 거쳐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제대로 된 필기시험 없이 진학한 전말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조국 일가에 대한 국민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고 조 장관의 낙마로 이어졌다.

검찰은 조씨가 고려대 학부와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각종 허위 스펙을 활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주도한 조국 아내 정경심씨를 구속 기소했다. 정씨의 검찰 공소장에는 딸 조씨도 공범으로 기재돼 있다. 조씨가 합격한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당장 입학을 취소하라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두 학교는 "중대 하자가 발견되면 취소하겠지만 공소장에 본교 관련 내용이 없다"(고려대),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준으로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부산대)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러는 사이 조민씨는 다시 의사가 되기 위해 학업을 재개한 것이다.

부산대 방침대로 조씨의 입학 과정에 대한 법원 최종 판단이 나오려면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경심씨에 대한 형사 공판이 지난달에야 시작된 데다 결국 대법원 상고심까지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민씨가 이번 임상의학종합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획득한다면 내년 4학년에 진학이 가능해진다. 재판이 늘어지게 되면 자신의 의전원 입학 취소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의사 자격증을 얻는 상황도 가능한 것이다.

최근 조씨처럼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입시비리 의혹 당사자들은 대부분 철퇴를 맞았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은 지난 23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딸들은 이미 수사 단계에서 퇴학당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도 국정 농단 스캔들이 터지면서 자신이 다닌 이화여대와 서울 청담고 입학이 취소되면서 '중졸자'라는 조롱을 받았다.

이날 조씨를 본 부산대 학생 중 일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부산대 의대의 한 학생은 "나는 조민씨처럼 입시에 제출할 대단한 활동 경력도 스펙도 없이 힘들게 내신을 관리하면서 정시로 대학에 입학했다"며 "조씨가 진학에 활용한 자료들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왜 학교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씨가 시험을 치른 이날 정부는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전형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국 자녀 입시부정의 여파로 정부가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내린 조치다. 조씨는 29일에도 세 과목 시험을 더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