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전 비서관 "첩보 이첩, 단순한 행정적 처리"라더니…
검찰, "靑 직원들 내려와 수사상황 알아봤다" 진술 확보
"김기현 첩보, 제보나 민원 아닌 '프로의 솜씨' 느껴져"
'백원우 특감반'으로 불린 비공식팀, 개입 여부 수사 중
야당 "민정수석실이 선거본부...울산시장 선거는 무효"

조국 전 법무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검찰이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부하 직원들이 울산에 직접 내려가 수사 상황 등을 점검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파견된 이 직원들은 공직자 비리 감찰을 전담하는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아닌 백 전 비서관이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던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 소속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은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법조계와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울산경찰청 관계자 등으로부터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내려와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진척 상황 등을 알아보고 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를 경찰청을 통해 울산경찰청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진 민정비서관실이 직접 경찰의 수사 상황까지 챙겼다는 것이다. 이는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조차 없다"고 했던 백 전 비서관 주장과도 배치된다.

검찰은 또 청와대가 경찰에 내려보낸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문건 일부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수사기관 관계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이 작성한 제보나 민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첩보 문건이 김 전 시장 측근과 가족에 대한 내용을 망라하는 등 프로의 솜씨가 가미된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이 첩보 생산과 하달, 경찰 수사에 얼마만큼 관여했는지를 집중 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왼쪽) 전 울산시장이 지난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낙선했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울산경찰의 수사 당시 직접 울산에 내려갔던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은 ‘백원우 특감반’ ‘민정 특감반’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청와대 내에서도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운영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시 이광철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이 반장 역할을 했고, 반원은 검찰과 경찰 출신 1명씩, 단 두명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이들은 창성동 별관에 별도의 사무실에서, 별도의 업무를 했었다"면서 "주로 정치적인 사안을 다룬다는 소문만 나 있었다"고 했다. 백 전 비서관이 지휘하던 민정비서관실 내 공식 조직인 친인척관리팀과는 목적도, 업무 내용도 다른 별도의 팀이었다는 것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백원우 특감반’의 존재는 노출됐던 적이 있다. 이들은 작년 9월 세월호 사고 때 구두 경고를 받은 해경 간부를 정부 포상 후보에서 제외시키고 해경의 상훈 담당 직원을 불러 컴퓨터와 휴대폰을 조사했다가 ‘월권 논란’을 불렀다. 이때 청와대 측은 "대통령 친인척만이 아니고 민심 청취, 국정현안 관리 등이 포괄적으로 민정비서관실에서 하는 일"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당시 김의겸 대변인은 "이 포상은 대통령상이어서 대통령의 철학과 어긋났을 때 그걸 시정하라고 있는 게 민정수석실의 임무"라고 했다.

그러나 유력한 야당 후보를 흠집 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찰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민정비서관실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백 전 비서관이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에 첩보를 내린 것만봐도, 민정비서관실이 김 전 시장 관련 첩보와 수사에 관여한 것은 자기들의 업무 분장에서 넘어서는 일"이라며 "백 전 비서관의 비공식 특감반이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밝혀내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일 것 같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민정수석실이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등의 감찰은 할 수 있지만 선출직 시장에 대한, 그것도 비서실장이나 동생에 대한 비리첩보를 수집해 하명 수사를 시킨 것은 법 위반 소지가 크다"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친분있는 여당 후보가 당선됐으니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검사 출신인 곽상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부도덕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3대 농단이라고 규정했는데 그 중 가장 큰 농단이 울산시장 부정선거"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울산시장 부정선거를 보면 민정수석실이 사실상 선거대책 본부역할을 했다"면서 "명백히 관권선거 부정선거이기 때문에 울산시장 선거는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