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모든 초등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검사'를 치르겠다고 밝힌 서울시교육청 방침에 대해 전교조가 "비교육적인 줄 세우기 시험"이라며 지난 25일부터 교육청에서 전면 철회를 주장하는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9월에도 같은 주장을 하며 14시간 동안 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였는데, 두 달 만에 또 공공기관을 점거했다.
전교조 등 좌파 단체들은 "기초학력진단검사는 과거의 일제 고사를 부활시키는 것이고, 학급·학교별 순위를 매기는 줄 세우기와 낙인 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전교조 주장은 학생·학부모를 기만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소한의 학력 측정 검사를 마치 성적순으로 학생 줄 세우는 시험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줄 세우기'라고 반발하는 전교조
기초학력진단검사는 서울 지역 중·고교생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2012년 3.3%에서 2016년 6%로 늘어나는 등 학력 저하가 심각해지자 지난 9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대책이다. 기초 학력 미달은 해당 학년 교육 과정의 20%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재 초등학교는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중1은 '자유학기제'로 1학기 또는 1년 내내 시험을 치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서울의 초등 3학년 학생들은 '읽기·쓰기·셈하기' 시험을 치고, 중학 1학년은 '국어·영어·수학' 시험을 보게 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만들고 서울시교육청이 진단검사지로 추천한 시험 문제를 보면, 우열 가르기, 열등생 낙인찍기 등 전교조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직전 학년 교육 과정에서 가장 낮은 수준 문제들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초등 3학생용 '기초수학' 시험은 객관식 문제 22개와 서술형 3개 등 25개인데, '245+123=', 직사각형을 보여주고 '변이 몇 개냐'고 묻는 문항 등이다. 초등 3학년 '쓰기' 시험의 경우는 '고사리' '달팽이' '흙장난' 등의 단어 받아쓰기가 포함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걸 두고 '사교육 시장이 들썩인다'거나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하는 전교조야말로 학생을 가르칠 마음이 있는 교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 1학년 시험지도 비슷하다. 30개 문항 대부분이 '장난감을 1분에 8개씩 만드는 기계가 있다. 이 기계로 장난감 72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름이 50㎝인 굴렁쇠의 둘레 길이는 무엇인가? (원주율은 3.14)' 등이다.
◇교육계 "혁신학교 '낙제' 우려하나"
전교조는 진단검사가 '일제고사'이고 '줄 세우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국 중3·고2 학생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시험지를 가지고 수능처럼 시험을 치도록 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는 크게 다르다. 시험 결과도 우수·보통·기초·기초미달 등 4개 등급으로 나누지 않고, 학교·지역별로 성적을 공개하지도 않는다. 평가도 '도달·미(未)도달'로만 한다. 미도달 판정을 받은 학생은 맞춤형 보충 수업을 받거나, 지역학습도움센터에서 도움을 받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제고사(한날한시에 동일한 시험지를 본다는 의미)'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만든 시험지, 충남대학교에서 개발한 시험지 등 총 6가지 시험지 가운데 학교가 자율적으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계에서는 "전교조가 진단검사를 이렇게 극렬 반대하는 이유가 '혁신학교에 미도달이 많다'는 말이 나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과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들이 낮은 성적을 받았던 것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 진단검사 실시를 반대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