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경찰에 내려보낸 한국당 소속 울산시장 수사 첩보를 처음 가져온 사람이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밝혀졌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민심 파악 담당인 민정비서관은 비위 감찰이나 첩보 수집 업무와 상관이 없다. 그런 백씨가 월권까지 해가며 야당 시장 관련 첩보를 가져와 경찰에 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백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요직을 지냈고 현재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이나 여당 울산시장 후보 측이 첩보 문건을 백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정권 차원의 선거 공작이 된다. 누가 첩보를 줬고 이 일에 개입한 정권 인사가 얼마나 더 있는지 검찰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

청와대는 이날 경찰에 첩보를 내려준 것은 맞지만 하명(下命)은 아니라고 했다. 증거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말장난으로 넘기려 했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가 경찰에 넘긴 첩보 문건에는 '이 잡 듯 뒤졌다'고 할 정도로 야당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내사 내용이 상세하게 담겼다고 한다. 처음부터 야당 후보를 흠집 낼 의도로 첩보를 수집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압수 수색 계획 등 경찰 수사 상황도 수시로 보고받았다고 한다. 수사를 제대로 못 한다며 경찰을 질책한 정황도 나왔다. 그런데도 수사 지시가 아니라고 한다. 국민을 바보로 안다.

전체 상황을 보면 청와대가 수사 상황을 일일이 챙기며 사실상 수사 지휘를 했다. 지지율에서 앞서던 야당 울산시장은 선거에서 떨어지고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작도 너무나 노골적 공작이었다. 경찰은 야당 울산시장이 후보 공천을 받은 바로 그날 울산시청을 압수 수색했다. 과거 무혐의로 처리했던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 '피의 사실'이라며 흘렸다. 검찰이 "무죄가 뻔하다"며 보강 수사를 지휘하는데도 막무가내로 기소해달라고 했다. 울산시장 측근이 골프 비용을 계산했는데도 '골프 접대 뇌물'을 받았다고 누명을 씌웠다.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은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대신 수사팀에 투입한 경찰관이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이렇게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경찰 수사 책임자는 수사 도중 여당 울산시장 후보를 두 차례나 만났다. 그 후보가 울산시장이 되자 이번엔 자신이 여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라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청와대 공작에 앞장선 대가로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공권력이 수사 기관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 공작을 벌이는 나라는 민주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일이 민주화 운동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