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리를 직접 감찰했던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감찰 중단에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고 진술하면서 검찰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으로 유 전 부시장을 감찰했던 검찰의 이모 수사관은 그동안 "진술할 수 없다"거나 "외압은 없었다"고 해왔으나, 최근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특감반원, 직속상관이었던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도 같은 취지로 진술해 수사는 외압 실체를 밝히는 쪽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2017년 중반 두세 차례 특감반에 나와 감찰 조사를 받았다. 금융업계에서 자녀 유학비, 항공권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였다. 유 전 부시장은 마지막 조사에서 자녀 유학 자금과 관련해 "미국 내 계좌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한 뒤 나오지 않았다. 이후 감찰은 없었던 일이 됐고, 당시 특감반원이던 김태우 전 수사관은 지난 2월 감찰 무마 의혹 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유 전 부시장을 직접 감찰한 이 수사관이 외압 의혹을 부인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 그의 진술 번복으로 수사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실제 감찰 무마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은 많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감찰 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은 금품 수수는 인정하고 대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감반은 금품 수수 당사자가 사실 관계를 인정하다가 출석을 거부하면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하거나 관련 기관에 비리 내용을 통보한다. 하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017년 12월 감찰이 중단됐고, 이후 유 전 부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전문 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직 특감반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특감반원이던 김태우 전 수사관은 이와 관련해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특감반원 1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윗선의 지시로 이 감찰은 중단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후 최근 유 전 부시장을 직접 감찰한 이 수사관, 다른 특감반원들도 같은 내용을 검찰에서 진술했다.
감찰 중단 이후 특감반원들에 대한 경찰의 동향 보고가 민정수석실로 올라왔다는 의혹도 나온다. 일부 특감반원이 업무 시간에 술을 마셨다는 내용의 이 동향 보고는 경찰 정보 라인을 통해 민정수석실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감반원에 대한 동향 보고를 경찰이 민정수석실에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 전직 특감반원은 본지에 "당시 누군가 유 전 부시장을 감찰했던 특감반원들을 흠집 내기 위해 경찰에 특감반원들에 대한 뒷조사를 시켰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사실을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금융위에 통보한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유 전 부시장과 관련한 비위 사실을 통보한 사람이 백 전 비서관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특감반은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이다. 그런데 보안이 필수인 사안을 반부패비서관이 아니라 민정비서관이 연락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정권 실세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 비서 출신인 유 전 부시장은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그런 만큼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넘어선 또 다른 실세가 유 전 부시장을 구하기 위해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시 조 수석이 처음엔 유 전 부시장이 누구인지 모르고 감찰을 허가했다가 뒤늦게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고 감찰 중단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25일 유 전 부시장에 대해 수천만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경제부시장을 하면서 수백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으로 감찰 무마 의혹을 집중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한 변호사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 또는 그를 넘어선 실세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