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28· 사진)씨가 24일 사망했다. 절친이던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25)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42일 만이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씨는 이날 오후 6시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구씨는 전날 소셜미디어에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잘자'라는 글을 남겼다. 경찰은 구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구씨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가운데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 가수 설리와 절친한 사이였다. 설리 사망 당시 구씨는 소셜미디어에 설리와 자신이 서로를 끌어안고 잠든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면서 "언니가 네(설리)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고 했지만, 결국 설리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 자살이 다른 자살을 불러오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씨 역시 설리처럼 최근 끊임없이 악성 댓글에 시달려 왔다. 특히 작년 9월 전 남자 친구인 최모씨와 법정 싸움을 벌이면서 악성 댓글이 급증했다. 구씨는 남자 친구로부터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당한 피해자였지만, 많은 네티즌은 구씨도 남자 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등의 이유로 구씨를 함께 비난했다. 구씨 변호인은 올해 8월 최씨 1심공판에서 "자신의 성관계 영상이 있다고 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이를 볼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구씨는 올해 5월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다. 당시 그는 소셜미디어에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뒤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집 안에서는 연기를 피운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도 구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에 앞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아파도 안 아픈 척' '한마디의 말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등의 글을 올렸다.

구씨는 6월에는 자신에게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네티즌들에게 악성 댓글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우울증 쉽지 않은 거예요"라며 "연예인 거저 얻어먹고 사는 사람들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사생활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하고 그 누구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앓고 있어요. 얘기해도 알아줄 수 없는 고통요. 여러분의 표현은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요"라고 적었다.

구씨는 2008년 걸그룹 카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카라는 소녀시대와 함께 대표적인 아이돌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1년 일본에 진출해 한국 여성 그룹 최초로 일본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6년 구씨는 카라 탈퇴 후 솔로 가수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