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국내외 시장전망기관의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기관과 정부·유관기관 사이에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당장 올해 전망치부터 1%대로 일제히 낮춰잡았고, 내년 성장세도 1%후반에서 2%초반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유관기관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올해 2% 성장세를 달성하고, 내년 역시 2.3%는 성장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민·관이 같은 경제상황을 두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나타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의 전망은 본래 목표치에 가까운 데다, 경기침체기에는 경제심리 위축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기관들이 내는 수치들은 기업의 사업계획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현실에 가깝고 때로는 보수적이다. 오는 29일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는 한은이 내년 성장률을 '2.2~2.3%' 수준으로 전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기존 2.5%에서의 하향 조정은 기정사실화 됐지만, 성장세 회복에 사활을 건 정부의 의지를 어느 정도는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간 전망 '다소 비관적'…"내년 1% 후반~2% 초반 머물 것"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민간연구원들과 증권사, 해외 투자은행(IB) 등 민간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을 1%후반에서 2%에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 정도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관세철회와 같이 실물경제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다만 수출과 설비투자 등 올해 성장세를 하락시켰던 요인들은 기저효과를 보이며 올해보다는 성장률이 소폭 오를 수 있다고 봤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발표했던 경제전망의 수정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당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0%, 1.8%로 전망했지만, 올해 2% 수준의 성장세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변경할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달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9월 발표했던 올해와 내년의 전망치 2.0%, 2.3%를 일제히 내려잡을 예정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수출 지표가 최근 악화됐다고 판단해 올해 2.0% 성장은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며 "미·중 합의 가능성이 심리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수는 있지만 실물경제에 미칠 효과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국내 증권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성장률은 1.8~1.9%에 머물러 2.0%를 넘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내년 전망 역시 2.0~2.3% 구간에 집중돼 있다. 수출, 설비투자의 기저효과와 더불어 민간소비가 추가적으로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내년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NH투자증권은 내년 성장률(1.7%)이 올해(1.8%)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순수출이 기저효과를 나타내면서 내년 성장기여도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증가 등으로 건설투자도 나아질 걸로 예상해 성장률이 소폭 오를 것"이라고 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낮아지는데 한국의 성장률이 반대로 올해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했다.

해외IB의 전망은 국내보다 더 비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와 모건스탠리는 올해 성장률을 1.8%로 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1.6%, 1.7%로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DB

◇KDI·OECD 내년 2.3% 전망…"한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현재까지 발표된 정부 유관단체의 경제전망을 보면 민간에 비해 다소 낙관적인 시각이 눈에 띈다. 올해 성장세를 2% 아래로 본 곳이 없었고, 내년도 2.3% 수준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내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왔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 2.3%로 발표한 것은 상당히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국책 연구기관인 만큼 경제전망이 비관적일 경우 경제주체들의 소비·투자를 줄이는 '자기실현적 경기침체'를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OECD(2.0%, 2.3%)와 IMF(2.0%, 2.2%)의 전망치 발표에 대해서도 같은 반응이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0년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 유관기관이 다소 낙관적인 수치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이 내는 지표들은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데 참고한다는 점에서 좀 더 현실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와 한은 등 정부의 경제전망은 좀 더 낙관적인 경우가 많았다. 초반에는 높게 발표했다가, 시간이 가면서 하향 조정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만 봐도 한은은 지난해 초 2.9%로 전망했다가 올해 7월 2.2%까지 연거푸 내렸다.

오는 29일 한은의 올해 마지막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어느 선까지 낮출 수 있을까'에 쏠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2%, 2.5%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올해 '2%대 성장 사수'를 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2.0%를 나타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내년은 하향폭을 올해와 유사하게 두고 2.2~2.3% 수준에서 전망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처럼 재정이 성장세를 떠받치는 상황에서는 재정승수에 대한 해석도 성장률 전망에 상당히 주효한데, 한은은 이를 1.27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돈을 1조원 풀면 GDP가 1조2700억원 늘어난다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 올해가 한 달 남짓 남아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방향을 벗어나 2%를 밑도는 성장률 전망치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 대해서는 올해 낮춘 것보다 더 낮아질 경우 성장세에 대한 비관적 해석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재부는 내달 초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미 올해는 2.0~2.1%, 내년은 2.2~2.4% 수준의 성장률 전망치를 언급한 바 있어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