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구에서 롱패딩 입기 가능한가요? (mk***)"
"지금 서울에 롱패딩 부대 등장. 횡단보도에 쫙 서 있음. (oc***)"
지난 20일 국내 최대 패션 커뮤니티 '디젤매니아(회원 약 100만명)'에 올라온 글이다. 11월, 아직 겨울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롱패딩'을 입어도 되는지 눈치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롱패딩의 원래 이름은 '벤치 파카'. 운동선수들이 벤치에서 입고 있던 방한복이다. 몇 년 전부터 청소년들에게 유행하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그전에 청소년 '겨울 교복'이었던 노스페이스 미들형 헤비다운(중간 길이의 두꺼운 패딩)을 밀어내고 새로운 겨울 교복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올해 겨울 교복은 복슬복슬한 털이 강조된 플리스(후리스).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플리스만 입기엔 너무 춥다. 분명, 롱패딩이 없을 땐 모직 코트만으로 겨울을 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불에 파묻혀 거리를 걷는 것 같던 '롱패딩'에 한번 맛을 들이니 자꾸 손이 간다. 롱패딩, 지금 입어도 될까?
미국 도시 정보 서비스 '시티데이터', 여행 정보 사이트 '트래블인사이더', 국내 세탁업체 '월드크리닝', 영국 의류 브랜드 '수퍼드라이', '디젤매니아'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무튼, 주말'이 롱패딩 첫 착용 시점을 제안한다.
롱패딩 개시는 11월 이후, 4도 이하부터?
사람들은 언제 롱패딩을 입고 싶은 욕구가 들까?
먼저, 디젤매니아에 올라온 820만개 글 중 '롱패딩'이 제목으로 들어간 글을 분석했다.
올해 처음으로 "오늘 롱패딩 출격 가능한가요?"라는 글이 올라온 날은 9월 20일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날씨는 최저기온 15.8도, 최고기온 24.2도. 기온만으로는 추위를 느낄 날씨가 아니다. 그러나 제17호 태풍 타파가 한반도로 다가올 때라 춥고 습했던 날이다. 평균 운량(구름양)도 9.4(최대 10)에 달했다. 기상 전문가는 "추위를 느끼는 데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 구름양, 풍속 등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높은 기온 때문인지 대부분 댓글 반응은 "불가능"이었다.
"지금 지하철, 옆은 롱패딩. 그 옆은 반팔(홍***)"
일명 '패션 춘추전국시대'라 하던 시기. 지난 10월 18일 올라온 글이다. 이날은 최저기온이 12도, 최고기온이 22.7도다. 일교차가 10.7도에 달했던 날이다.
사실 옷 입기 가장 어려운 시기는 일교차가 클 때다. 그러고 보니 올해 유난히 옷 입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이 들렸다. 올해 일교차가 유난히 큰 것일까?
올해 10월 한 달 동안 일교차를 계산해보니 10도 이상 차이가 난 날이 총 18일로 3분의 2에 가깝다. 일교차가 제일 컸던 날은 10월 21일로 최저기온 10.9도, 최고 기온 24.6도. 일교차가 13.7도였다. 세탁전문점 월드크리닝에서 만든 '기온별 옷차림'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10.9도는 야상·니트, 24.6도는 반팔·반바지를 추천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롱패딩'은 과하지만, 겨울용 아우터와 반팔이 함께 길거리를 활보하는 패션 춘추전국시대다.
그렇다면 작년은 어땠을까. 일교차 계산 결과 10도 이상 차이가 나는 날은 총 31일 중 18일이다. 올해와 같다. 원래 10월 날씨는 이랬던 것이다.
롱패딩이 '윤허(允許)'된 날은 언제였을까.
"오늘 롱패딩 가능이던데, 패딩 안 입은 흑우(검은 소·일명 호구) 여기 있습니다. (레**)"
이 글이 올라온 날은 지난 11월 8일. 최저기온 1.1도, 최고 기온 13도였다.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4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기도 하다. 월드크리닝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4도 이하부터는 패딩, 두꺼운 코트, 목도리, 기모 제품 등 겨울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롱패딩은 '유행' 아닌 '생존 아이템'
그런데 4도 이하도 고민이다. 겨울옷이 어디 한둘인가. 그리고 올겨울 유행 아이템 '플리스'는 언제까지 입을 수 있을까. 싱가포르 여행 정보 사이트 '트래블인사이더'가 발표한 겨울 옷차림 가이드 라인은 다음과 같다.
먼저 10~15도는 가죽 재킷, 바이크 재킷, 길이가 짧은 코트. 5~10도는 짧은 패딩과 니트다. 추위를 타지 않으면 니트 등을 입고 가죽 재킷을 입어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5도 이하부터는 본격 방한복 추천이다. 0~5도는 두꺼운 스웨터에 긴 코트, 다운 재킷, 털 코트를 권장한다. 겨울 아이템인 목도리와 장갑도 필수다. 0도 이하부터는 롱패딩이나 헤비다운을 추천한다. 0도 이하부터는 눈이 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방수 기능도 필수다.
영국 의류 브랜드 '수퍼드라이' 권장 기준은 조금 더 추위에 강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15도 이하는 봄버 재킷(항공 재킷), 10도 이하는 밀리터리 재킷(야상), 5도 이하는 윈드치터(겨울용 바람막이), 0도 이하는 퀼팅 재킷(경량 패딩), 영하 5도 이하 파카 코트, 영하 10도 이하 다운 재킷이다. 이런 정보들을 종합하면 털 코트로 분류되는 플리스는 0~10도 정도다.
그렇다면 스타일을 위해 얇은 패딩을 고른 후, 충전재를 비싼 거위털 등으로 채우면 보온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국가공인섬유연구소 코티티(KOTITI)가 거위털·오리털·인공 충전재(웰론)로 보온성을 실험한 결과, 거위털과 인공 충전재의 보온성 차이는 3%포인트. 100을 기준으로 할 때 거위털은 94.1, 오리털은 93.9, 인공 충전재는 90.8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보온에는 충전재 종류뿐 아니라 우모량(털양)도 영향을 미친다. 거위털 경량 패딩보다 두꺼운 웰론 패딩이 더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제품의 거위털 패딩과 웰론 패딩의 가격 차는 10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한겨울의 플리스는 불가능한 꿈일까.
매년 입는 롱패딩이 지겨운 사람들을 위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플리스'와 '롱패딩'을 합친 형태의 의류를 최근 출시했다. 아이더가 출시한 '메나메', 네파가 출시한 '피오 패리스'가 대표적이다. 박윤희 아이더 의류기획팀 부장은 "패딩과 결합한 플리스 재킷은 보온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옷"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또 겨울용 '플리스'를 사라고? 경량 패딩 위에 플리스를 입으면 그게 '패리스(패딩+플리스)'다.
그런데 이런 고민. 우리나라만 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미국 도시 정보 사이트 '시티데이터닷컴'에도 "언제부터 방한복 입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가장 많은 답변은 화씨 45도(약 섭씨 7도) 이하. 호주·뉴질랜드 지역 패션 사이트 '디아이코닉(The Iconic)'도 비슷한 기사를 썼다. "퍼프 재킷(뚱뚱한 패딩)을 입으려면 얼마나 추워야 하는가?"
그래서 롱패딩을 언제부터 입으라고? 결론은 내가 입고 싶을 때, 춥다 싶을 때 입으면 된다. '롱패딩은 유행이 아니라 생존 아이템'이니까.
낮에 덥다고? 그럼 안에 반팔을 입자. 반팔 위에 패딩. 이것이 대표적 북유럽, 일명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