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 구성진 노랫가락으로 널리 알려진 흥타령 '천안삼거리'에는 청춘 남녀의 사랑이 깃들어 있다. 조선시대 능소라는 어린 딸을 둔 아버지가 징집령이 떨어지자 천안삼거리 주막에 딸을 맡겼다. 10여년 후, 전라도 청년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에 가다 주막에 들렀다. 그는 곧 능소와 사랑에 빠졌다. 청년은 과거에 급제하고 다시 천안에 내려와 능소와 혼례를 올리고 흥에 겨워 '천안삼거리'를 불렀다.

'능소전(綾沼傳)'에 남은 이 이야기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오가던 천안삼거리를 상징하는 설화다. 예로부터 충남 천안은 영남과 호남에서 서울을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는 교통 요충지였다. 지금은 수도권 전철과 KTX 고속철도까지 다녀 접근성이 더 높아졌다.

충남 대표 도시인 천안시가 젊음의 흥이 넘치는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천안 인구는 64만6075명(2018년 기준)으로, 청년 인구(18~39세)가 34%(21만9572명)를 차지한다. 전국 청년 인구 비율은 29.7%다. 한권석 천안시 홍보담당관은 "대학들이 잇따라 캠퍼스를 천안에 열면서 11개 대학에 학생 8만5200명이 다니는 젊음의 도시가 됐다"며 "청년들이야말로 천안시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천안 흥타령 춤축제’ 거리 퍼레이드 경연에서 대상을 차지한 ‘문화의 숲 코드’ 팀이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천안 흥타령 춤축제는 5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역 대표 공연예술제로 지정됐다. 올해 행사에는 19개국 4000여명의 댄스팀이 참여했으며 관광객 123만명이 다녀갔다.

천안시는 지난달 28일 청년정책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55개 사업에 1조7958억원이 들어간다. 청년수당처럼 현금을 직접 지급하기보다 능력 개발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송민철 천안시 대학청년팀장은 "청년들이 스스로 능력을 발휘해 사회에 진입할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천안의 청년 에너지를 상징하는 곳이 동남구 문화동의 두드림센터다. 지난 1일 찾은 두드림센터 7층 크로마키 스튜디오에선 혼성 5인조 록그룹 바비핀스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한창이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생활음악과 출신으로 구성된 바비핀스는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음악창작소의 오디션에 선발돼 지난 2017년 데뷔했다. 지난 17일 폐막한 캐나다의 인디음악 축제 '인디 위크 캐나다 2019'에도 초청받았다. 음악창작소는 이들처럼 유망한 팀을 선발해 음반 녹음과 제작 등을 지원한다.

바비핀스의 리더 임일규(32)씨는 "음악창작소에서 주기적으로 공연을 잡아주고 연습실과 녹음실까지 제공해줘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교 음악창작소 책임연구원은 "천안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다 수준인 6개 대학에 실용음악과가 개설돼 있어 젊은 음악인들이 활동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두드림센터에는 청년 창업과 문화예술 활동을 돕는 충남콘텐츠코리아랩도 입주해 있다. 이곳은 아이디어 기획부터 시제품 제작, 전문가 특강, 투자자 연결 등 창업을 위한 모든 지원 프로그램을 갖췄다. 이곳에 참여한 스타트업 디플리는 AI(인공지능) 기술로 아기의 음성과 울음소리를 분석해 배고픔, 졸림, 배변 등의 상황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벌써 투자금 3억원을 확보했다.

두드림센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문화동 거리도 변하고 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지저분한 건물 외벽에 김구 선생과 유관순 열사 캐리커처가 그려졌고 비어 있던 건물에 청년 상점이 들어섰다. 오는 2021년에는 인근에 300실 규모의 기숙사도 생긴다. 시민 이준형(31)씨는 "주말에는 거리공연도 열리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여가활동 활성화를 위한 대학문화거리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천안시는 320억원을 들여 5개 대학이 밀집한 안서동 4.56㎞ 거리에 휴게공간, 가요마당, 상가 등을 지을 계획이다. 청년들이 즐길 공연이 수시로 열릴 수 있도록 소규모 공원과 무대도 들어선다.

오는 28일에는 대학생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대학연합축제가 열린다. 당초 대학문화거리가 조성되는 도솔공원에서 지난달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극장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축제는 대학가요제가 주요 프로그램이다. 예선을 거쳐 선발된 8개 팀이 무대에 오른다.

구만섭 천안부시장은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제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꿈을 지닌 청년들이 천안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