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아수라장" "대통령을 시장에 밀어 넣어" "기획 자체가 대단히 용감" 혹평
고민정 "죄송하다"면서도 "대통령이 받아줬다, MBC가 구체적인 것 다 했다"

친여(親與) 성향 방송인인 김어준씨가 20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의 대담에서 전날 밤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혹평했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시나리오 없이 국민 패널 300명의 질문을 받는 타운홀 미팅으로 진행됐다. 김씨는 "앞부분 좀 보다가 '도떼기시장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시청을 멈췄다"면서 "이런 기획을 대통령한테 제안한 자체부터가 잘못됐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그걸 받아준 대통령님께 참 감사하다"고 했다. 김씨는 좌파 성향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 출신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고 대변인을 초청해 대담을 했다. 김씨는 전날 일반 시민 300명을 초청해 진행된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와 관련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고, 돌발 상황이 나올 수도 있고,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대통령 보좌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국민과 대화 분위기가 "도떼기시장", "아수라장"이었다며 "(대통령을) 그냥 시장에 밀어 넣은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형식으로 또 할 거냐" "기획 자체가 대단히 용감한 자리였다"고도 했다.

실제로 전날 국민과의 대화는 사전 조율 없이 진행되다보니 국민 패널들의 개인적 질문이 나오는가 하면 특정 질문자가 국정 현안과 무관한 질문으로 시간을 끌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로 흘렀다. 또 질문 중에는 '이런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민원과 '대통령께서 늙으신 것 같아 눈물이 난다'는 팬미팅형 질문이 많았다. 시간 배분에 실패해 문 대통령 답변보다는 질문이 훨씬 더 길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겼다.

이에 고 대변인은 "진짜로 정말 죄송하다"며 "저도 방송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대통령님께 가장 죄송한 형식의 방송이었다"고 했다. "진행자가 말을 하고 있는데도 계속 질문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들이, 마이크를 다 타고 (방송되는 화면에) 소리가 들어왔다. (참모들이) 현장에 있다 보니까 이러다가 ‘아수라장이 정말 돼버리면 어떡하나'했다"고도 했다. 민감한 부분을 넘길 때는 참모들끼리 얼굴을 마주 보고 한숨도 쉬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정도는 정말 괜찮다"고 긍정 평가도 했다. 또 "(대통령과) 캠프 시절부터 같이 있었다. (대통령을) 초기에 볼 때의 모습하고 지금의 모습을 보면 갈수록 가다듬어지는,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손댈 곳이 없다"고도 했다.

고 대변인은 이같은 행사를 준비한 이유를 묻는 김씨의 질문에 "수많은 언론에서는 그게 '다 짜고 친다'(고),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제기하니 '그럴 바에야 그냥 한번 아무것도 없이 해보자' 했는데 대통령님께서 오케이를 해 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과의 대화는 '너무 딱딱한 콘셉트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한 게 진짜 없다"며 "구체적인 것들은 다 MBC에서 했다"고도 했다.

고 대변인은 국민과의 대화 방송 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내놓은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에 대해서는 "어제 우연찮게 그 스튜디오 근처에서 만났다"며 "본인이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평가 아닌 평가를 한 것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면서 그것 때문에 인터뷰 엄청 많이 했다고 그러더라"고 했다. 김씨가 "기획은 탁현민씨가 잘한다. (청와대를) 떠난다고 하더니 이 근처에서 계속 배회하면서 끌려다니고 있더라"고 하자, 고 대변인은 "잘하죠. 말만 좀 더 잘하면 좋겠는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