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이럴 거야?"

지난 17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라틴아메리카 투어 비자오픈. 연장 3차전에서 2.4m 버디 퍼트를 놓쳐 우승을 뺏긴 브랜든 매슈스(25·미국)가 갤러리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우승을 확정 지은 리카르도 셀리아(콜롬비아)가 쭈뼛거리며 다가가 악수를 청했을 만큼 매슈스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왼쪽 사진은 17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PGA 라틴아메리카 투어 비자오픈 종료 후 브랜든 매슈스(왼쪽)가 다운증후군을 가진 후안을 안아주는 모습. 매슈스가 퍼트할 때 후안이 소리를 질러 우승을 놓쳤지만, 매슈스는 오히려 후안을 위로하며 사인한 공과 장갑을 선물했다(오른쪽 사진).

매슈스가 이 퍼트를 넣었다면 승부를 연장 4차전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퍼터로 백스윙하는 순간 갤러리 중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고, 공은 빗나갔다. 총상금은 2억원밖에 안 되지만, 이 대회 우승에는 내년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오픈 출전권도 걸려 있었다. 2016년 프로 전향한 매슈스는 PGA 2부 투어와 남미 투어에서만 뛰었다. 2017년 남미 투어 1승을 거둔 뒤로는 2년 넘게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최근 허리 부상으로 스윙을 교정하면서 11개 대회 연속 컷 탈락·기권했다가 직전 대회에서 겨우 공동 5위에 올랐다. 2부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도 탈락한 그는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했다.

씩씩거리며 라커룸으로 들어간 그에게 대회 관계자가 찾아왔다. 방금 일어난 상황 설명을 듣자마자 매슈스의 얼굴이 거의 울음을 터뜨릴 듯 변했다. 소리를 지른 갤러리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중년 남성 후안이었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후안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코스로 돌아가 후안을 만난 매슈스는 그를 꼭 안아주고는 "괜찮아요? 경기 재미있었어요?"라고 물었다. 장갑과 공에 사인해 건네며 덧붙였다. "미안해요. 골프 경기가 즐거웠기를 바라요. 당신을 위한 선물이에요. 고마워요." 매슈스가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는 다운증후군·뇌성마비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가장 친한 친구의 여자 형제도 다운증후군을 가졌다고 한다.

매슈스는 "샷을 하는 순간에는 지극히 작은 소음도 크게 울려 퍼져 순간적으로 움찔했다"며 "처음에는 누군가 일부러 소리쳤다고 생각해서 좌절했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는 "내가 화를 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며 "그 일로 후안이 기분 상했거나 자책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고, 내가 그에게 나쁜 감정이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나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곁에서 자랐어요. 그들은 정말로 특별해서, 언제나 그들에게는 내 마음이 약해져요."

처음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볼 기회를 놓친 데 대해 그는 "쓰라리겠죠. 계속 생각나겠죠"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스물다섯 살이고, 앞으로 많은 날이 남아 있으니까요." 승패보다, 골프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