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덕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연봉보다 욕을 가장 많이 먹은 선수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한 뒤 1군 출장 기회가 늘어났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 만큼 뭇매를 맞았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나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고 여겼다.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나종덕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며 나 자신에게 화도 많이 났다. 데뷔 첫 시즌은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올 시즌에는 달랐다. 하루하루 생각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맏형' 송승준을 비롯한 롯데 투수조는 몸과 마음 모두 지친 나종덕에게 큰 힘이 됐다.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따로 불러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투수조 선배님께 정말 고맙고 죄송하다. 항상 따뜻하게 한 마디씩 건네주시고 원정 경기 때 밥도 많이 사주셨다. 투수조 몇몇 선배님이 아닌 모든 선배님이 잘 챙겨주셨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종덕은 올 시즌 타율 1할2푼4리(185타수 23안타) 3홈런 13타점 12득점에 그쳤다. 타격 보완을 우선 과제로 정한 그는 타격 동영상을 보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타격 파트 코치들과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쉴 새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롯데가 하위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지영, 김태군 등 외부 FA 포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성민규 단장은 "FA 포수 영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허문회 감독은 "우리 포수는 절대 약하지 않다"고 감싸 안았다.

나종덕은 "강민호 선배님이 삼성으로 이적한 뒤 포수가 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나도 사람이기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FA 포수 영입 철회 소식이 전해진 뒤) 엄청나게 큰 힘이 됐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그동안 나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젠 이길 자신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데뷔 후 기술적인 성장보다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싶었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느낀 게 있다면 지난 시즌 같으면 실책한 뒤 표정이 굳어지고 뭔가 주눅이 들었는데 올 시즌 들어 그런 게 많이 줄어들었다.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실책을 범하더라도 위축되지 않는다. 계속하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언제부턴가 내게 관심이 있으니 비난하시는 것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다만 나를 비난하는 건 괜찮은데 주변 사람들까지 비난받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또한 "내가 잘하면 비난 대신 칭찬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종덕에게 다음 시즌 목표를 묻자 "나 자신을 이기고 내 플레이를 하고 싶다. 분명히 할 수 있는데 내 안에 있는 걸 표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기량 향상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이기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성적이 따라오지 않을까. 안타 쳤을 때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고 다음 타석이 기다려지듯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