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 정경심 '표창장 위조' 가능성 두달 전 알았다
"교수들 거짓말, 뉴스공장·PD수첩 등 사실 왜곡에 결정적"
"직인·폰트 이상하다고 해놓고 '위조 아니다' 언론 인터뷰"
"학생들 인솔한 것 봤다"는 매점 직원 증언도 오류나 과장

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정황을 두달 전 미리 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위조된 게 아니다"라며 정씨 등을 두둔한 동료 교수들이 위조 가능성을 알고도 언론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동양대 K 교수와 J 교수가 수시로 말을 번복하면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씨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했던 동양대 장경욱 교수에 대해선 "사실을 왜곡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윤리적으로 비난한다"고도 비판했다.

◇두 교수의 거짓말 통해 정경심 '표창장 위조' 사실 확인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은 지난 9월 초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언론에 "(조 전 장관 딸에게) 표창장을 준 적도, 주라고 허락한 적도 없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친(親) 여권에서는 동양대 교수 등 관계자들의 증언을 근거로 최 총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섰고, 최 총장의 학력 위조 등을 문제삼았다. 교육부는 동양대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기도 했다.

진 교수는 이런 논란이 당시 조 전 장관 아내 정씨 편에 섰던 동양대 교수 두 명의 증언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했다. 그는 표창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교수를 K, 장경욱 교수를 J라고 지칭했다.

진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K 교수가 처음에는 ‘정경심 교수가 우리 아이가 이번에 너무 고생을 했으니 표창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길래 ‘그럼 주자’라고 대꾸만 했다고 했는데,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려도 되냐’고 묻자 자신이 먼저 ‘표창장이라도 주자’고 권한 것으로 해두자고 번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K 교수는 자신에게는 표창을 권고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었고, 회의에 참석할 의무나 권한이 없는데 그냥 관행적으로 자기를 부르는 바람에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면서 "그는 문제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 (상장에 기록된) 2012년인지, (검찰에서 주장하는) 2013년인지조차 생각이 안 난다고 한다"고 적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올린 글

진 교수는 J 교수가 문제라고 했다. MBC ‘PD수첩’과 tbs ‘뉴스공장’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진 교수는 "J 교수가 조 전 장관 청문회 전후로 전화를 걸어와 ‘총장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그래서 공론화를 위해 여기저기 스피커들 연결까지 시켜줬다"면서 "그런데 막상 언론 인터뷰가 잡히니 ‘뭔가 찜찜한 게 남아 인터뷰를 취소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J 교수가 표창장 직인 모양과 폰트, 레이아웃 등이 이상하다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이에 진 교수는 "간단하게 표창장 원본을 제시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J교수 왈 ‘그쪽에서 표창장 원본을 못 찾았다"고 했다"면서 "(앞서) 조 전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원본은 딸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때 표창장이 위조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진 교수는 J 교수와 함께 사태를 복기해 이 표창장은 2012년이 아니라, 2013년에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검찰도 정씨를 재판에 넘기며 동양대 표창장은 2013년 6월 아들이 동양대에서 받은 상장을 스캔해 총장 직인만 오려낸 뒤 딸의 표창장을 임의로 만든 것이라고 결론냈다. 진 교수는 "당시 정 교수 권력(?)으로 못할 일이 없었는데도 상장을 위조했다면, 뭔가 정상적인 절차로는 받아내지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J 교수, 위조사실 알고도 조국 임명되자 언론 인터뷰 나서"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던 J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장관에 임명될 무렵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진 교수는 "얼마나 황당하던지. 기를 쓰고 말렸다"면서 "(J 교수가) 표창장 발급이 총장의 말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만 하겠다고 해서 말하려거든 나머지 절반의 진리도 같이 말하라고 했다"고 했다. 진 교수는 "말리다가 안돼서 '그러면 나도 방송에 나가 우리 둘이 나눴던 얘기를 폭로하겠다'고 말하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했다.

진 교수는 "결국 J 교수는 방송에 나갔고, 그 후 동양대 유일의 ‘양심적 지식인’이라는 칭송을 받았다"면서 "그 후 다시 한 번 목소리 변조 없이 ‘뉴스공장’에 나가 말도 안되는 인터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동양대의 '양심적 지식인'을 윤리적으로 몹시 비난한다"면서 "모르고 한 일과 알고 한 일은 다르지 않겠습니까?"라고 적었다.

자신을 장경욱 교수라고 밝힌 J 교수는 방송에서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 "영화 같은 상상"이라며 "어학원장이라면 표창장을 줄 때 직원이나 조교에게 ‘결재 올려’ 지시하면 되는데 그렇게 힘들게까지 본인이 위조해야 할 이유가 있겠나. 그건 아주 멍청하거나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남매가 명문대 졸업장을 위조하고 있는 모습.

◇"학생들 인솔한 것 봤다"는 매점 직원 증언도 오류나 과장
진 교수는 18일 다시 한 번 글을 올려 J 교수와 K 교수 말고도 증인이 한 사람 더 있다고 폭로했다. 진 교수는 "동양대 매점 직원은 방송에서 조 전 장관 딸 조모양이 '학생들을 인솔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조양이 어머니를 만나러 학교에 와서 총장과 대화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그를 본 사람은 여럿 있었다"면서 "다만 '학생들을 인솔했다'는 그의 기억은 오류나 상황의 과장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조씨가 봉사활동을 했다는 프로그램은 제 아는 한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진 교수는 "애초에 학교에서도 ‘영재교육센터’에서는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 없다고 발표했었다"며 "그러자 J 교수가 ‘문제의 프로그램은 영재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이 교양학부에 개설한 별도 프로그램이고, 자신이 외국에 나가며 정 교수에게 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적었다. 이어 "문제는 J교수가 개설하여 넘겨줬다는 그 프로그램도 실제로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 사실은 J 교수 자신도 매우 특별한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고 했다. ‘특별한 경로’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14일 진 교수는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내 강의를 들었다고 감상문을 올렸는데, 올린 사람의 아이디는 정경심 교수였다"며 "감상문 내용을 보니 내가 그런 강의를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동양대 인턴 프로그램은 서울에 접근하기 어려운 (동양대가 있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의 학생들이 이것이라도 (스펙에) 써먹으라고 만든 것인데, 정 교수가 서울에서 내려와 그것을 따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 떠나서 자기 강의 들었으면 조국 아들도 자기 학생 아닐까?"라며 "솔직히 진 교수와 조국 장관님 부부 오랜 친구로 아는데 두 분의 심적 충격이 더 걱정된다"고 진 교수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가 나도 아니고 내 아들을 공개적으로 비하했다면…"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