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에서 운이 차지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엄청납니다." 워런 버핏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성공은 1930년 미국에서 태어났고, 백인 남자로 태어났고,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이 보상받는 시기에 태어난 행운 덕분이라고 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 잘되기 위해서는 운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운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운의 영역에서 실력을 쏟아붓고 있지 않은가. 실력의 영역에서 운에 기대고 있지 않은가." 이 문장에 무릎을 치는 분이라면, 꼭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월스트리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투자자이자 컬럼비아 MBA에서 투자론을 가르치는 마이클 모부신의 2012년 작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에프엔미디어)이다. 한국어판은 올가을에 나왔다.

목차는 11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핵심 메시지가 잘 정리돼 있는 마지막 장을 먼저 읽고 나서 처음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읽는 방법을 권한다. 이 책은 내가 하는 일이 실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분야인지 또는 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분야인지 구분하는 개념부터 출발한다. 달리기, 테니스와 같은 활동은 실력만큼 결과가 나온다. 반면 복권이나 룰렛은 절대적으로 운의 영역이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실력과 운이 결합된 중간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일에서 운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인과관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정은 좋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고, 과정은 안 좋지만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여기서 저자의 빛나는 통찰이 등장한다. 모부신은 인과관계가 작동하지 않는 영역에서는 불운을 걸러낼 정도로 의사 결정 횟수가 많아져야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고 적는다. 냉정하게 의사 결정을 하는 기질을 가진 경영자가 좋은 과정을 거치면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아주 높다. 따라서 단기 성과에 휘둘리지 말고 신뢰할 만한 과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만이 승산이 있다는 그의 말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끝으로 번역의 힘을 꼽고 싶다. 투자서 전문 번역가로서 명성이 높은 이건 번역가, 박성진·정채진 투자가가 함께 작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