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으로 하여금 수사 중인 중요 사건을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事前)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 논란을 빚고 있는 법무부의 개정안을 법무부 내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추진단)'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 추진단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9일 취임 직후 만든 것이다. 추진단에는 친(親)정부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검찰 일각에선 "추진단이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대통령의 검찰 장악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에는 검찰총장의 사전 보고 외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 41곳을 폐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조직폭력과 마약, 주가 조작, 불법 선거 수사 부서까지 폐지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검찰 전체 조직 구성 변화와 인사(人事) 등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법무부 검찰과가 담당 부서다. 그런데 법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이 개정안은 검찰과가 아니라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이 주도해서 작성했다고 한다.

추진단 단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인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부단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이다.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시작한 뒤 첫 인사로 이들을 추진단에 앉혔다. 황 단장은 지난 8월 말 조 전 장관 일가(一家)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조국이 필요하다. 조국을 지켜라!'라고 썼던 사람이다. 이 부단장도 조 전 장관 등 현 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 부단장이 개정안 작성을 주도해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에게 직보했다고 한다. 김 차관과 이 국장은 조 전 장관이 물러난 뒤인 지난달 16일 청와대에 불려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 개혁 추진에 대한 지시를 메모지에 받아 적고 돌아왔던 사람이다. 김 차관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동향(전남 영광)이고, 현 정부 들어 금감원장과 공정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이 국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결국 현 정권과 가까운 이들이 개정안 작성을 주도하고, 보고도 그 라인을 통해서만 이뤄진 셈이다. 법무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를 지난 12일 대검에 건네준 사람도 검찰국이 아닌 이 부단장이었다고 한다. 이 개정안은 지난 8일 김 차관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별도로 보고했다. 검찰은 개정안 보고 사실 자체를 지난 11일 언론 보도 이후에 알았고, 법무부에 수차례 요청해 12일 저녁 무렵 개정안 내용을 받았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무부 내부에서도 특정 인물들이 주도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법무부 내부에서조차 담당 부서인 검찰과 검사들도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말도 나온다. 보도를 본 뒤 법무부 관계자들끼리 해당 내용을 파악하는 데 분주했다는 것이다. 대검이 개정안 내용을 받아 13일 일선 검사들에게 알리자 이날 오후부터 법무부에 폐지 대상 부서로 지목된 검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항의 전화를 받고 뉴스를 찾아본 뒤에야 개정안 내용을 알게 됐다"며 "법무부 내부에서도 논란이 될까 봐 아예 실무 담당자들을 건너뛴 것 같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은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침해하고 수사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단계별로 사전 보고를 하게 되면 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의 수사 역량이 떨어지고, 정권의 검찰 장악력만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특정 인물들이 정권을 위해 이런 식으로 개정안을 만들면 어느 검사가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