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매일 아침 첫째 딸 앨리스(4)의 배웅을 받으면서 출근한다. 둘째 딸 유나(1)는 출근하는 아빠와 인사하는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이들은 서울 용산구 집에서 서초구의 회사로 가는 통근길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아이들은 삶의 활력소다. 하지만 낯선 외국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싱가포르, 태국 등 많은 나라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직전 근무지인 말레이시아에서 앨리스를 낳았고 한국 부임 4개월 뒤에 유나를 낳았다.

'외국에서 아이를 낳아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을까.' 유나를 낳을 때까지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외국에서 아이 키우기'에 대한 내 나름의 교훈을 얻었다. 모든 외국인 아빠가 이런 과정을 거쳤겠지만 백신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느끼는 바는 남달랐다. 한국에 있는 각국 출신 외국인 예비 아빠나 외국 지사에서 근무할 예정인 한국인 예비 아빠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어서 노트북을 열었다.

지난여름 모로코로 여행을 떠난 밥티스트 드 클라랑스씨 가족의 모습. 태국 국적의 배우자 칸치야 산파캐우씨가 둘째 딸 유나를 안고, 클라랑스씨가 첫째 딸 앨리스를 목마 태우고 있다.

한국 발령 즉시 찾아본 것은 한국의 영아사망률이었다. 백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의 직업병이다. 한국의 영아사망률은 낮은 편이었다. 안심하고 인천행 비행기를 탔고 머리가 위로 향해 있던 유나를 아내 바람대로 자연분만으로 낳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생후 36개월 어린이 예방접종률은 97% 이상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과 호주, 영국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내가 나고 자란 프랑스는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백신을 구입한 후 다시 병원을 찾아가서 예방접종을 받았다. 반면 한국은 의사가 백신을 처방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백신을 접종한다. 하지만 문제는 언어였다. 외국인 아빠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골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언어장벽 시행착오 줄이려면 단골 병원 만들어야"

한번은 앨리스가 열이 많이 나서, 저녁 6시가 넘어 문 연 병원을 겨우 찾았다.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시럽을 받았지만 약병과 약봉지에 적힌 복용법 등은 읽을 수 없어 난감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됐지만 문제는 되풀이됐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다녀서다.

하지만 집 근처 병원 의사 선생님을 주치의로 만들고 난 이후에는 문제가 해결됐다. 앨리스나 유나의 상황을 잘 아는 의사는 나의 어눌한 한국어 능력을 감안해 적절한 영어를 섞어 복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나와 아내도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인 친구는 친구 이상의 의미"

외국인 아빠에게 현지에서 사귀는 친구는 친구 이상의 의미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무더위가 심했던 올해 여름 어느 날 밤 10시쯤, 갑자기 집에 정전이 되면서 에어컨이 꺼져버렸다. 아이들이 어려 적절한 체온 관리가 중요했는데 걱정이 컸다. 외국인 도움 콜센터에 연락했지만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 토요일 밤 10시에 한국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미안한 마음도 컸지만 아기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 친구는 한국전력에 대신 전화를 해줬고, 한전 직원은 "두꺼비집같이 집 내부적인 문제라면 점검을 나가기 어렵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집 내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알려주니 한전 직원이 찾아와 문제를 해결해줬다. 아이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다루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관행을 잠깐 머물다 떠나는 외국인이 소상히 알기란 어렵다. 누구에게나 친구는 소중한 존재지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 아빠에게 한국인 친구는 더 절실한 존재다.

친구 같은 의사 선생님과 해결사 같은 한국인 친구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두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참고로, 나는 요즘 아내 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셋째 아이를 맞이할 올해 연말을 몹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