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국을 방문하는 미군 합참의장이 "보통의 미국인들은 주한·주일 미군을 보면서 '그들이 왜 거기에 필요한가. 얼마나 드는가. 한국, 일본은 아주 부자 나라인데 왜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사꾼 논리로 동맹에 돈을 뜯으려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도 아닌 미군 최고 수뇌부 인사가 비용 문제를 들어 주한 미군 주둔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어른들의 축'이라는 공직자, 그중에서도 동맹들과 함께 피를 흘려본 군 출신들이 직을 걸고 국가 안보에서 최소한의 중심을 잡아왔다.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가 주한 미군 가족 철수 의사를 내비쳤을 때 결연하게 막았고, 던퍼드 전 합참의장은 돈 문제를 떠나 한·미 동맹이 왜 중요한지를 트럼프에게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취임한 합참의장이 '미국이 왜 동맹을 위해 인명과 재산을 희생해야 하느냐'는 의구심을 공개 천명한 것은 이런 '최후의 버팀목'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줄줄이 방한하는 미 당국자들은 방위비 대폭 인상을 압박할 것이다.

한국은 적정한 정도의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5배'와 같은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 이제는 미군 최고 지휘관이 공개적으로 주한 미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돈을 더 뜯기 위해 흥정하는 데 군인까지 나선 것이라면 그 자체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주한 미군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라면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 그 경우 한국민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 주한 미군은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