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생존 게임으로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불러온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공개 청문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탄핵 카드를 꺼내 든 민주당이 생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서 생사를 건 혈투를 벌이는 것이다.
미 하원은 13일(현지 시각)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15일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를 증인으로 불러 공개 청문회를 연다.
공개 청문회는 비공개 청문회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미 국민은 지금까지 증인들이 비공개로 증언한 내용의 일부를 언론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개 청문회가 진행되면 미 국민은 TV 생중계를 통해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 내용을 실시간으로 직접 들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공개 청문회가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1973년 '워터게이트 청문회'의 재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시 청문회는 ABC, CBS, NBC 방송이 돌아가며 250시간 동안 중계했고, 미국인 71%가 생중계로 시청했다. 당시 방송사들은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작 탄핵 조사가 생중계되자 전 국민이 몰려들면서, 닉슨 탄핵 찬성 여론이 급증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 탄핵 조사 공개 청문회도 최근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탄핵 찬성 여론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비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한 상당수 증인이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의 증언 내용이 대표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빈드먼 중령의 비공개 증언 녹취록을 보도했는데, 그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한 두 정상 간 통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요구한 것이냐'는 질문에 빈드먼 중령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두 정상 간 통화는) 긍정적이지 않았고 음침(dour)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바이든 조사를 요구(demand)한 것이 아니라 젤렌스키의 호의(favor)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공화당 의원들의 질문엔 "미국 대통령이 호의로 요청한다면, 난 그것을 요구로 받아들일 것 같다"고 반박했다. 빈드먼 중령은 바이든 조사 요구를 고객(트럼프)이 기업(젤렌스키)에 주문하는 '배송 상품(a deliverable)'으로 묘사했다. 그는 "정상회담을 위한 요구 사항은 바이든에 대한 조사였다"고 단언했다.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는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주고받기식 대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 날 공개된 피오나 힐 전 NSC 러시아·유럽담당 선임국장 증언의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 통화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통화 녹취록을 보고는 그 내용이 "노골적"이었다고 느꼈고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증언이 TV를 통해 미 국민에게 생중계될 경우 트럼프에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럼프에게 경질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볼턴의 변호사인 찰스 쿠퍼는 8일 의회의 출석 요구에 "법원이 결정해주기 전까지는 증언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볼턴은 아직 증언에서 논의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관련) 다수의 대화와 만남에 관여돼 있다"고 밝혔다. 볼턴이 미공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어에 부심하고 있다. 릴레이로 이어질 청문회에서 계속 충격적인 증언이 나올 경우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기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또 다른 녹취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두 번 통화했기 때문에 또 다른 통화 녹취록을 제공하겠다"며 "아마도 화요일(12일)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과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했고 지금껏 7월 통화 녹취록만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청문회 전날 4월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는 전날엔 기자들에게 "그들(민주당)은 공개 청문회를 열어선 안 된다. 그것은 사기다"라며 "그저 마녀사냥과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