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5일 발표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 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교육계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는 서열화된 고교 체계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지만, 애초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 자사고·특목고 출신을 많이 선발하는 대학만 뽑아 조사했기 때문에 왜곡되고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부터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실시됐다는 것이다.
①자사고 출신 많은 대학 조사하고…
교육부는 이번 실태 조사로 "고교 서열화가 드러났다"고 했다. 13개 대학의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합격률)이 과학고가 26.1%로 가장 높고, 외고·국제고가 13.9%, 자사고가 10.2%, 일반고는 9.1%라서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가 조사 대상을 '자사고·특목고 출신 비율이 높은 대학'을 선별했기 때문에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평균 학종 비율(24.5%)과 자사고·특목고 학생 선발 비율(14.3%)의 각각 2배 정도인 13개 대학을 추렸기 때문이다. 13개 대학의 평균 학종 비율은 55.3%, 자사고·특목고 선발 비율은 27.8%다. 한양대, 중앙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고, 과학고·영재고 출신이 많은 포스텍은 조사 대상에 넣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자사고·특목고 선발 및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을 조사하고는 '학종에서 자사고·특목고 선발이 많아 문제'라는 결론을 낸 건 심각한 오류"라고 했다.
②합격자 수는 외면하고 합격률만 강조
교육부는 전국 일반고 학생 중 2.1%만 13개 대학의 학종에 합격했지만, 자사고는 8.9%, 과학고·영재고는 70%가 합격했다고 했다. 과학고·영재고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연간 학종 합격자 중 일반고(9573명) 출신이 자사고·과고·영재고·외고·국제고를 다 합친 것(4190명)보다 많다는 사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 기간(2016~2019학년도) 13개 대학의 학종 합격자 6만명 가운데 일반고 출신이 3만8291명(64%)에 달한다. 또 일반고 재학생(45만명)이 자사고(1만4946명)의 30배, 외고·국제고(7473명)의 60배가 넘는다는 점도 언급하지 않았다.
③저소득층에게 학종이 유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 합격생 비율은 정시(10.7%)보다 학종(16.2%)이 더 높았다. 저소득층을 별도 선발하는 '기회균형전형'을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정시(10.2%)보다 학종(12.6%)이 높았다. 학종은 '금수저'들에게 유리하고,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고 했는데 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④민족사관고를 읍·면 고교로 분류
읍·면 소재 고교 출신이 합격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정시는 8.6%였지만, 학종은 15%에 달했다. 사교육 환경 등이 좋지 않은 이른바 '시골 학교'는 학종이 불리하다는 통념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강원도에 있는 민족사관고(횡성군 안흥면)와 경기도에 있는 용인외대부고(용인시 모현읍) 등이 '읍·면 고교'로 잡혀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두 학교는 대표적 '전국 단위 선발 자사고'로 최상위권 중학생이 많이 지원하는 명문고로 알려져 있는데, 학교 소재지만 보고 엉뚱하게 '읍·면 고교'로 분류한 것이다.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7일 낼 '특목고·자사고 일괄 폐지'와 11월 말 낼 '서울 주요 대학 정시 확대'를 염두에 두고 사실상 조사 결과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당초 조사의 목적은 수시의 불공정성을 규명하는 것이었는데 교육부가 제대로 밝혀낸 게 없다"며 "대통령 지시인 정시 확대를 추진하려고 정시 확대에 불리한 통계는 눈감고, 입맛에 맞는 결과만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