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수도권 '쏠림'에 지방 법원 일손 부족
잦은 인사이동 폐해에, 인사권 통제 필요성도
"법원 전체가 고령화, 근본적 해법 마련돼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잦은 인사이동을 줄이기 위해 이르면 내후년 인사부터 판사들의 선호도가 낮은 이른바 '비경합법원'에 대한 장기근무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법원 안팎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전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비경합법원 장기근무제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게시했다. 지난 4일 게시한 '2020년 법관인사제도 운영 방향'에서 인사이동 축소 대안으로 제시한 이 제도에 대해 부연설명한 것이다.
현재 판사 인사발령은 2~3년 전국 단위로 이뤄진다. 서울권, 경인권, 지방권을 순환하는 형식이다. 잦은 인사가 재판업무의 효율성과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판사들의 생활도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특히 대법원장이 모든 인사권을 가지면서 일선 판사들이 윗선의 눈치를 봐 법원 내 관료화를 부른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인사발령 제도를 손봐야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존재한다. 당장 내년 정기인사 때 지방권 근무법관이 100명 이상 부족하게 돼 본인 희망지와 달리 근무기간이 연장되는 판사가 다수 발생할 전망이다. 또 판사가 되기 위한 최소 법조경력은 현행 5년, 오는 2026년 이후 10년으로 상향된다. 전체 법조인의 7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30~40대 법조인들이 짧은 주기로 전국 각지를 옮겨다녀야 하는 판사 지원을 꺼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행정처는 "단기적 인사로 지방권 근무법관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처럼 매년 1000명이 넘는 판사에 대해 인사발령을 내는 불합리를 해소하려면 근본적으로 인사발령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비경합법원 장기근무 제도'다. 근무지 선호도가 낮은 법원의 경우 판사들의 연속 근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각급 법원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제도 도입을 촉구해왔다.
기존에도 판사가 희망할 경우 특정 지방에서 10년 동안 근무할 수 있는 '지역법관제'가 있었다. 대전·대구·부산·광주고법 관할 4개 지역에서 2004년부터 시행됐지만, 이른바 '황제노역' 사건으로 법원과 지역 유지들의 유착 문제가 불거지며 2014년 폐지됐다. 행정처도 이를 우려해 "법관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장기근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정처는 정원 대비 근무 희망을 하는 판사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비경합법원'으로 볼 지, 서울권, 경인권, 지방권 등 권역별로 이 기준을 달리 할 것인지를 장기근무 대상 법원의 범위 등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지난 9월 '대법원장의 인사권 축소'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판사들에 대한 인사희망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법관인사분과위원회가 연구·검토결과를 보고하도록 의결했다.
행정처는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법원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며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사법행정자문회의 의결 내용 등을 종합해 제도 시행이 결정된다면 오는 2021년 정기인사부터 곧바로 시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서울, 경인권 법원이 업무도 많지만 판사도 그만큼 많은데, 지방 법원은 밀려오는 사건을 처리할 판사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새로 들어오는 판사는 적고 부장판사는 늘어 조직 전체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법원 전체의 사건처리 능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재판 당사자인 국민들에게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업무내용 측면에서도 영장판사가 실명으로 비판받는 등 복잡하고 민감한 형사재판 담당을 꺼리는 판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경향(京鄕) 교류뿐만 아니라 내부 인력 수급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법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고법 재판장 자리를 고법 판사에 대한 직무대리 발령을 통해 충원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올해 정기인사부터 고법 부장을 신규 보임하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도 지속된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행정처에 근무하는 판사는 3분의 1 정도 줄었다. 대법원은 외부 전문가를 기용해 업무 공백을 메우기로 하고 지난달 공모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