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의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5일 오후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예정에 없던 방한이다. SMA 협상 2차 회의는 지난달 24일 하와이에서 열렸고,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3차 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측 수석대표가 기습 방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도 이날 오후 잇달아 한국을 찾았다. 미 국무부에서 대(對)한국 외교·안보·경제를 총괄하는 핵심 라인이 서울에 집결한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철회,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동시다발 압박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의 미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왼쪽 사진). 역시 이날 방한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입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우리 정부는 드하트 대표의 갑작스러운 방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외교 소식통은 "드하트 대표의 방한은 한국 측과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급하게 추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에서 "드하트 대표와 우리 정부 당국자 간 만남 일정은 아직 조율하고 있다"며 "추측이지만 그가 연말 내로 방위비 협상을 끝내려다 보니 서울에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국이 방위비 협상의 속도를 늦추며 타결을 내년으로 넘기려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드하트 대표를 급파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라크 차관과 스틸웰 차관보는 6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지소미아 파기 문제, 인도·태평양 전략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지소미아는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며 지소미아 파기 결정의 철회를 공개 요구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지소미아 종료일(11월 22일)을 10여일 앞두고 예정에 없던 인사를 포함해 미 정부 핵심 관리들이 동시 방한했다는 건 동맹으로서 예우를 갖춰 마지막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