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2(2부리그)의 대전 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다. 투자기업은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이다.

대전시와 하나금융그룹은 5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대전 시티즌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대전 시티즌의 구단주인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자유치 요청을 수락하고 사회공헌사업 차원에서 대전 시티즌을 명문구단으로 육성하려는 하나금융그룹 측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1부 리그 진출은 물론 국내 최고 명문구단으로 육성하겠다는 공통된 비전과 목표에 대해 양측이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1996년 창단 당시 컨소시엄 참여 기업이 모두 물러나며 2006년 시민구단으로 다시 태어났던 대전은 하나금융그룹이 투자처로 나서며 다시 기업구단으로 변신했다. 선수단 운영 방침도 윤곽이 나왔다. 사령탑에 중국 옌벤FC 해체 이후 야인으로 있던 황선홍 감독이 내정됐다.

그간 여러차례 거론됐던 대전 시티즌의 매각설은 지난달 2일 허 시장의 한마디에 현실화됐다. 허 시장은 "대전 시티즌에 해마다 80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투입하는게 맞는지 의문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유치 등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6일 허 시장은 시청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한단계 더 구체화시켰다. 그는 "국내 굴지 대기업과 대전 시티즌을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개했다.

관심이 초점은 어느 기업이 대전 시티즌을 인수할지 모아졌다. 대전시는 투자처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고, 궁금증이 증폭됐다. 신세계, 한화 등이 물망에 올랐다. 투자기업은 하나금융그룹이었다.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리에 협상이 진행됐다. 대전시는 지난 8월 하나금융그룹에 '대전 시티즌 투자 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후 2개월간 협상을 펼쳤다. 대전시는 경기장 및 클럽하우스 사용권은 물론 주변 사업권까지 약속했고, 축구계에 관심이 많던 하나금융그룹은 전격적으로 인수를 결정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주회사인 하나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은행, 증권, 신용카드, 생명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 다각화된 금융사업을 한다. 하나금융지주 아래로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하나자산신탁,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펀드서비스, 하나금융티아이, 핀크 등 11개의 자회사, 21개의 손자회사, 2개의 증손자회사 등이 있다. 또 세계 24개국 132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축구와 인연이 깊다. KEB하나은행은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축구계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다. 대전시 시금고인 KEB하나은행은 2002년부터 꾸준히 대전 시티즌을 후원해왔다. 2017년까지 누적 후원금만 100억원에 달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축구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쪽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김정태 회장이 축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그룹은 22년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대전 시티즌의 정체성과 전통성을 계승하며 지역 연고를 유지하게 된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인수로 K리그에 발을 들인 세번째 금융 회사가 됐다. IMF 이후 금융계가 조정된 1990년대 이후에는 처음이다. 축구계는 최근 흥행 돌풍과 함께 탄탄한 자본력을 가진 금융 회사가 뛰어들며, K리그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거 한국축구는 금융팀들이 이끌던 시대가 있었다.

초대 감독도 윤곽이 나왔다. 황선홍 전 옌벤 감독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그룹은 거물급 감독을 물색했고, 황 감독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황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해 포항의 '더블(2관왕)'을 이끄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비록 서울에서 아쉽게 중도하차 했지만, 스타성이나 지도력 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시즌 9위에 머물고 있는 대전 시티즌의 1부 리그 승격을 위해 선수단 구성에도 열을 올릴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대전시와 협상을 결론내고, 초대 감독까지 내정하며 K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친 뒤 세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양측은 협상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투자방식과 규모, 관련 시설 사용조건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한 후 본계약을 12월 말까지 체결할 방침이다. 허 시장은 "앞으로 본 계약이 조속한 시일 내 체결될 수 있도록 하나금융그룹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