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9시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집이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 언론사 사진기자 3명이 아파트 단지 담벼락 뒤로 자리를 잡았다. 전날 조 전 장관 동생 조권씨가 웅동학원 교사 채용 비리 등 6가지 혐의로 구속되자 조 전 장관의 표정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였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전 법무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담장 바깥에서 조 전 장관이 귀가하는 모습을 촬영하려는 본지 사진기자(가운데 사다리 올라탄 이)를 조국 수호 대원들이 둘러싸고 옷과 종이로 카메라를 가리며 방해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오전 10시쯤 30~40대 여성 3명이 사진기자들 옆에 섰다. 30분쯤 뒤 사진기자들이 외부에 있다가 집으로 들어서는 조 전 장관을 촬영하려 하자 이 여성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찍지 마세요. 사생활 침해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외투와 종이로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를 가렸다. 사다리 위에 올라 조 전 장관을 촬영하려던 사진기자 한 명은 이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이들의 방해로 사진기자들은 결국 조 전 장관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 여성들은 이른바 '조국 수호대'를 자처한 이들이다.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가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부터 모습을 보였다. 날마다 20~40대 여성, 30대 남성 등 7~9명이 아침 8시부터 취재·촬영 기자가 철수하는 밤까지 아침·점심·저녁 시간을 나눠 2~3명씩 돌아가면서 조 전 장관 집을 지킨다.

이들의 '임무'는 조 전 장관이 집을 나설 때 취재진이 질문을 하러 그에게 다가서거나 촬영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는 것이다. 항의하는 취재진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취재진이 아파트 단지 밖 주차 공간에 차량을 주차하면 "언론이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에 차를 댄다"며 서초구청에 민원을 넣는다. 구청 직원이 현장에 나오면 취재진은 차량을 다른 곳으로 빼야 한다.

이들은 조 전 장관 집 주변을 지키는 취재진에게 헌법 17조가 적힌 A4 용지를 들이밀며 "여기를 떠나라"고 압박하기도 한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래도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현장에 남는 기자가 있으면 그들을 '스토킹'하기도 한다. 기자들이 편의점이나 커피숍에 갈 때는 물론 화장실에 갈 때도 따라붙는다. 기자들이 "대체 왜 이러냐"고 하면 "취재진도 조 전 장관을 쫓아다니니 우리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한다. 이들은 기자들이 퇴근하는 모습까지 확인한 뒤에야 '스토킹'을 멈추고 조 전 장관 집 앞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우리는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고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휴대전화로 조 전 장관 집 앞에 대기하는 취재진을 찍은 뒤 취재진 인원과 신상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전 장관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이들에 대해 "취재 목적도 아니고 연예인 극성 팬처럼 우리 아파트를 종일 서성이면서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