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는 '불로소득'으로 간주돼 사회적 통제를 받았다. 기원전 1700년경 바빌로니아 왕조의 함무라비 법전은 곡물과 은(銀)을 빌려줬을 때 이자율을 연 33%, 20%로 제한했다. 이슬람교 경전 코란에선 이자 수수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를 굴리고자 출구로 찾은 게 '수쿠크(sukuk)'라는 이슬람 채권이다. 부동산, 기계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한 다음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받도록 함으로써 금융 소득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유대인들이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게 된 것도 기독교 교리 덕을 본 측면이 있다. "형제에게 돈을 꾸어주거든 이자를 받지 말라"는 신약성경 구절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돈놀이를 경원시했다. 덕분에 유대인들이 고리대금 시장을 독점했지만 대신 '수전노' 이미지를 얻었다. 셰익스피어 작품 '베니스의 상인'에도 유대인이 고리대금업자로 등장한다.

▶근대 이후 은행업이 발달하면서 이자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국민 소득원의 일부가 됐다. 누구나 은퇴 후엔 금융 소득으로 행복한 노후를 보장받길 열망한다. 재테크 원리 중 '72 법칙'은 복리로 돈을 굴렸을 때 원금의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여준다. 금리가 12%이면 6년(72÷12)밖에 안 걸리지만, 금리가 2%면 36년이나 걸린다.

▶세계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급기야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 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의 3분의 1가량이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실정이다. 독일 국채 같은 안전 자산은 마이너스 금리라도 수요가 넘친다. 그래서 국내 금융가에서 발생한 사건이 독일 국채금리 연동 파생결합증권(DLS) 원금 손실 사태다.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이 연 3~4% 수준 수익을 기대하고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국내에서도 이율 0%대 정기예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0%대 정기예금 금리가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게 경제 제1 법칙이다. 고수익을 원하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제로(0)금리 시대를 겪은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려 재테크 암흑기를 견뎌낸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호구 노릇에서 벗어나려면 경제 공부를 더 하고, 더 깐깐하게 따지는 영리한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